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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당국, 시중銀 공동대출·기금조성 검토…은행권 자금 PF사업장에 대거 투입될 듯
분류 요건 완화, 금융사 인원 면책 등 인센티브도 고심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지속되는 고금리로 진행이 멈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시중은행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당국은 이미 자기자본 대비 PF 리스크가 너무 커진 2금융권 대신 시중은행이 추가적으로 기금을 조성하거나 공동대출을 실행하는 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자금력이 충분한 시중은행의 ‘안전판 역할’을 유도해 PF사업장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또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겠다는 복안이다. 대신 PF 사업장 분류 요건 등을 완화해 시중은행의 충당금 적립 부담을 덜어주는 식의 인센티브 안도 살펴보고 있다.

당국, 시중은행 공동대출·기금조성 검토…당근책 제공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이 신디케이트론과 같은 공동융자방식을 통해 브리지론 단계의 부동산PF 사업장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사업단계 중 브리지론을 통해 토지만 매입한 채 진전이 없는 사업장들에 시중은행 자금을 투입해 사업을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 사업단계는 크게 ▷토지매입계약·잔금 납부 ▷착공 ▷분양·준공 ▷입주 등으로 나뉜다. 토지매입계약 및 잔금납부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대출이 브리지론인데, 여기에 자금은 주로 증권과 캐피탈사, 그리고 저축은행이 공급한다. 반면 은행과 보험은 다음 단계인 착공·분양·준공 단계에서 비교적 안전한 본PF 대출 및 중도금 대출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에 2금융권 회사들의 브리지론 채권을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매입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회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부동산PF 사업 내 브리지론 비중은 54%에 달했다. 캐피탈과 증권사도 각각 36%, 26% 수준이었다.

금융당국은 이 외에도 캠코 부동산PF 정상화 펀드의 확장판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디케이트론과 같은 은행권 공동대출이 세팅(실행 착수) 단계는 아니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검토되고 있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당국은 부동산PF 정상화 펀드 등 기금 조성을 통해 사업장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펀드 방식을 고수할 시 운용사가 사업장을 선정하기 때문에 돈을 출자하는 금융사들은 어떤 사업장에 자금이 들어가는지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는 게 특징이다. 반면 신디케이트론과 같이 공동대출을 실행하면, 금융사는 PF사업장의 모든 물건을 철저하게 검토하고 심사할 수 있다.

시중은행은 이같은 당국의 부동산PF 정책에 발맞추되, 건전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수준에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사업 진행에 문제가 있는 PF 사업장을 추가로 인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리 요청이 오더라도 (재무상) 리스크에 맞춰 진행할 것”이라며 “한 사업장에 여러 금융사들이 함께 대출을 하게 될텐데, 참여 주체자들이 깐깐하게 심사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때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

한편 금융당국은 자금을 투입하는 은행들을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의 투자 한도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건전성 분류를 상향해주는 등의 당근책이 언급된다.

먼저 사업성이 있는 PF 사업장에 신규 자금을 투입할 경우 해당 자금에 대해서는 별도로 건전성 분류를 ‘정상’으로 해주는 방안 등이 대표적으로 검토된다. 만약 사업장 분류 요건이 완화된다면, 은행들은 충당금 적립 부담을 덜 수 있어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다.

또 은행권의 유가증권 투자 한도를 상향해주는 안도 거론된다. 현재대로라면 은행의 유가증권 투자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로 묶여있는데, 활발한 PF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이를 일정기간 완화해주는 것이다.

PF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면책 범위도 확대된다. PF 지원 업무로 인해 일부 부실이 발생해도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없으면 일부 부실이 발생해도 임직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것으로 추정하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참여 유도해 PF 구조조정 본격 나선다

금융당국은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정상 사업장에 대한 자금 공급을 유도하는 동시에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매각·재구조화 등 정리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시중은행 참여로 부동산 PF 시장의 자금경색을 해소하고, 또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겠다는 게 당국의 계획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금융권 전체 PF 대출 연체액은 3조7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말(1조5000억원)에 비해 147%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PF 대출 건은 9700건에서 9200건으로 줄며 대출 증가세는 정체됐지만 연체율 및 연체잔액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터졌어야 하는 고름이 계속 곪아가는 상태로 진단 중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공매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시중은행이 받을 준비가 돼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면, 될만한 사업장은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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