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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에 새 먹거리 등장 확신” SK지오센트릭의 예측은 들어맞을까 [비즈360]
차이리엔춘 SK지오센트릭 실장 인터뷰
상하이 SK타워, SK 중국사업 ‘전초기지’
‘고부가’ EAA 세번째 공장 중국에 건설
“공급과잉 일찌감치 대비…고부가에 집중”
“中, 고부가 수요 급성장…2030년 2배로”
차이리엔춘 SK지오센트릭 중국사업본부 중국사업개발실장(부사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SK타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제공]

[헤럴드경제(상하이)=정윤희 기자] “중국3공장까지 (준공)하고 나면 ‘에틸렌 아크릴산(EAA)’에 관해서는 SK지오센트릭이 기술과 공장 운영 노하우를 완전히 내재화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기술에 대한 장악력은 확실하기 때문에 남은 것(증설을 할지 4번째 공장을 지을지 등)은 시장 수요에 따라서 결정될 겁니다.”

중국 상하이 푸둥지역에 우뚝 솟은 SK타워는 SK그룹의 중국사업 전초기지다. SK지오센트릭을 비롯해 SK하이닉스, SKC, SK온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 9곳이 이곳에 모여 있다. 고층빌딩이 많은 푸둥에서도 손꼽히는 초고층 빌딩으로, SK 계열사들이 60층에서 65층까지를 쓴다.

그 중 61~62층에는 ‘SK지오센트릭 인터내셔널 트레이딩’이 자리 잡고 있다. 2002년에 설립된 해당 법인은 SK지오센트릭 중국사업개발실이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내 화학제품 판매와 고객 확보 등을 담당한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상하이 SK타워에서 차이리엔춘(蔡連春, Cai Lian Chun) SK지오센트릭 중국사업본부 중국사업개발실장(부사장)을 만났다.

차이 실장은 중국인이지만 지난 2000년 SK차이나로 입사한 후 SK그룹에서만 20년 이상을 일한 에너지화학 분야 전문가다. SK그룹 내 최초의 중국인 여성 임원으로 지난 2013년 SK종합화학(현 SK지오센트릭)이 중국 국영 석유화학기업 시노펙과 합작해 ‘중한석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역할을 했다. 말 그대로 SK의 중국 에너지화학 사업 역사를 함께 한 ‘산 증인’인 셈이다. 한국어 실력도 수준급으로 의사소통에 전혀 막힘이 없었다.

중국 상하이 푸둥 지역에 위치한 SK타워의 모습. 이곳에는 SK지오센트릭을 비롯해 SK하이닉스, SKC, SK온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 9곳이 모여있다. [SK지오센트릭 제공]

차이 실장은 인터뷰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스페셜티)에 대한 중국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중국 장쑤성 롄윈강시에 건설 중인 EAA 글로벌 제3공장(이하 중국3공장)이 SK지오센트릭의 이익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산 4만t 규모의 중국3공장은 SK지오센트릭이 지난 2017년 미국 다우케미컬로부터 인수한 미국 텍사스 공장(3만5000t)과 스페인 타라고나 공장(2만t)에 이은 세 번째 EAA 공장이다. 내년 하반기 준공이 목표로, 오는 2026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EAA는 포장용 접착제로 쓰이는 화학제품으로,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 제품으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생산 가능한 곳이 SK지오센트릭을 포함해 미국 다우케미칼·엑손모빌, 영국 이네오스 등 4곳밖에 없다. SK지오센트릭은 다우케미칼에 이어 EAA 시장점유율은 2위지만, 고산성(High Acid) EAA는 세계서 유일하게 SK지오센트릭만 생산할 수 있다. 고산성 EAA는 접착력이 높아 보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수익성이 더욱 좋다.

업계 및 미국 화학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EAA 시장은 2030년까지 글로벌 전체로는 18.6%,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6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지오센트릭은 이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고속 수요 성장이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이 실장은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2만달러(약 2750만원) 이상은 돼야 고부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생긴다고 보는데, 작년 연말 수준으로 중국에서 1인당 GDP가 2만달러가 넘는 인구가 2억명을 넘었다”며 “중국의 상하이, 베이징, 선전만 합쳐도 (1인당 GDP 2만달러 인구가) 1억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중국 내 고부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2030년이 되면 현재의 2배로 뛴다고 보고 있다”며 “중국에서의 총 수요가 약 8만t까지도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이리엔춘 SK지오센트릭 중국사업본부 중국사업개발실장(부사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SK타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제공]

EAA를 차세대 핵심 수익원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석유화학 업계 전체를 불황의 늪에 빠뜨린 ‘중국발(發) 공급과잉’을 일찌감치 대비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가 허가산업이던 석유화학을 2013년부터 민영기업에게도 개방하면서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늘어났고 범용제품들이 일시에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차이 실장은 “저희는 시노펙과 합작한 중한석화를 통해 중국에서 커머디티(commodity, 범용제품)를 쭉 해오다보니 공급과잉이 될 것이라는 걸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며 “범용에서는 중국기업과 원가경쟁을 할 수 없으니 2017년부터 고부가를 목표로 준비를 해온 것”이라고 했다.

현재 SK지오센트릭은 중국 내 파트너사(민영기업)와 ‘중한그린’이라는 합작사를 만들어 EAA를 포함한 고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차이 실장은 “중국3공장이 완공되면 고객사에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롄윈강시(중국3공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운스트림 공장도 만들려고 지방정부와 마지막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다운스트림 공장은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은 추후 네 번째 EAA 공장을 건설할지 여부도 검토 중이다. 기술력은 충분한 만큼 시장 수요에 따라 기존 공장을 증설할지 혹은 4공장을 건설할지 등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차이리엔춘 SK지오센트릭 중국사업본부 중국사업개발실장(부사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SK타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제공]

다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직까지 고부가 제품 기술력에서 앞서고 있지만 중국기업들의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은 그간 국영기업이 산업을 주도해왔으나,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민영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성장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차이 실장은 “(중국이) 모든 기술을 5년 내에 다 따라온다고 보면 된다”고 단언하며 “지난 23일(현지시간)부터 상하이에서 열린 플라스틱·고무 전시회 ‘차이나플라스 2024’를 본 후 (나경수 SK지오센트릭)사장에게 (고부가 시장 공략에) 좀 더 속도를 내야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특성상 ‘어떤 것을 하면 되겠다’고 인식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거기에 달려드는데다, 공장을 여러 씩 지어 몇 개는 테스트용으로 쓰는 등 한국과는 (운영)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며 “최근 중국 정부는 모든 산업의 R&D 투자 비중을 크게 높였고, 민영기업은 주말도 없이 일하면서 생존게임을 하고 있다. 석유화학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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