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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5대금융 손실 1조, 해외부동산발 리스크 면밀 살펴야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 문제가 급기야 국내에도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8일 기준 손실액이 1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관련 펀드와 투자, 대출까지 합치면 해외 부동산과 연결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약 20조원을 넘어선다. 주로 저금리 시절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것인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고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확 높아지자 큰 타격을 입었다.

5대 금융그룹의 손실은 주로 북미 지역 부동산에 몰려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작년 4분기 20%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탓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020년 12월, 미국 30개 호텔을 기반으로 만든 수익증권에 218억여원을 투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지자 과감한 베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해당 수익증권 가치는 이후에도 계속 하락해 현재 평가액이 16억7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3년2개월만에 손실률만 92.3%에 달했다. KB증권은 2014년 10월 미국 뉴저지의 한 상업용 빌딩에 179억여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이 10억7500만원에 불과하다. 5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국내에서 고금리에 편승해 49조1994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해외 대체투자 등 비이자 부문에서는 맥을 못췄다. 고금리 환경 탓을 하기 전에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형편없는 투자 실력을 돌아봐야 한다.

문제는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대규모 원금 손실을 떠안을 현실을 눈앞에 두고 있어 제2의 홍콩발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5대 금융그룹을 포함한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자금이 지난해 6월 현재 55조8000억원인데, 올해 14조원 가량의 만기가 돌아온다. 여기에 관련된 개인투자자가 2만3000명이 넘고, 일부 투자자는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ELS 사태도 감당하기 버거운데 해외 상업용 부동산발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엎친데 덮친격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부동산발 위기도 다소 진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고물가 장기화로 미국의 조기 금리인하는 물 건너간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금융권 총자산의 0.8% 수준에 불과하고 만기가 분산돼 있어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작은 틈새가 둑을 무너뜨린다. 각별한 경계심으로 부동산발 위기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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