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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전 추가 안전규제 완화…노정관계 '점입가경'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의 노동개혁 발표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조만간 새로운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개혁의 당사자인 노동계와 정부의 관계는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이 탓에 노동개혁의 또 다른 주요 과제인 직무성과급제 도입도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정년연장 논의는 대치 상태다. 문제는 노정관계 회복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킬러규제 혁파? 勞 “안전보건규제 완화 중단해야”

22일 고용노동부는 이번 주 안에 산업 안전 규제 완화 방안을 추가로 발표한다. 지난해 하반기 처벌과 규제가 아닌 사전 예방과 '자기규율'에 초점을 맞춰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는 중대 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에 대해 “로드맵이 산업계가 바라는 규제완화의 일환”이라던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디엘이앤씨, 샤니 등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 규제 완화에 대한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노총은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중대 재해 감축 로드맵을 보면, 오히려 산재예방 근로감독을 소홀히 하고, 안전보건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면서 “지난해 SPL 공장 사망사고 이후 대통령과 장관은 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오히려 정부는 안전보건 규제를 기업경영을 어렵게 하는 킬러 규제나 카르텔로 규정해 지속적인 산재예방 근로감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탓에 정부의 킬러규제 개선안은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노정관계를 더욱 경색시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정부가 발표하기로 한 주요 노동개혁안 발표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고용부는 8월말 새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을 발표를 위한 설문결과를 내놓는다. 현재 한국리서치 등을 통해 6000여명을 대상으로 대면 여론조사를 진행 중이다. 앞선 개편안이 ‘주 최대 69시간’ 논란에 휘말려 좌초됐던 만큼 이번엔 “주 60시간은 무리”라는 윤 대통령의 주문이 담길 전망이다.

“‘공짜야근’ 막겠다면서 포괄임금제는 모르쇠”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열린 '포괄임금계약의 유용성과 제한의 문제' 토론회에서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왼쪽세번째),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왼쪽네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

그러나 새 개편안에 파격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는 한 노동계 반응은 차가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공짜야근’을 야기하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인 대책 발표 없이 새로운 근로시간 개편안을 내놓는 것에 대한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최근 포괄임금계약은 경직적인 근로기준법제 하에서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메워 노사 간 갈등을 완화하는 기능을 해오고 있다며, 포괄임금제의 합법·규격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근로시간 유연화와 함께 윤 정부가 내걸었던 주요 노동개혁 과제인 직무성과급제도 정체 상태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은 이번 단협 안건에 직무성과급 도입을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노조 반발이 거세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기존 1~7급까지 차등 적용했던 임금인상률 대신 직무급제 도입을 위해 기준을 만들고 있지만 노사 합의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건강보험공단 노사는 전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에 따른 조정을 신청했다.

건보공단은 그나마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위한 컨설팅을 받은 상태다. 임금체계를 바꾸려면 각 기업의 사정에 맞는 ‘평가 기준’이 필요한데, 고용부는 이를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외부컨설팅 업체를 주선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컨설팅조차도 받지 못한 공공기관이 수두룩하다. 실제 2022년 컨설팅 지원사업장 1464개소 중 공공사업장은 46개소(3.1%)에 그친다. 이러다 보니 130개 공공기관 중 직무급제 도입 기관은 작년 기준 55곳(42.3%) 뿐이다. 목표에 못 미친다.

꽉 막힌 정년연장·직무성과급제 도입 논의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한국노총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동명 위원장 등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연합]

정년연장 논의도 정체 상태다. 경사노위는 전날 “노동계 주장처럼 법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과 절망이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앞서 한국노총이 법정 정년을 2033년까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같은 65세로 높여야 한다며 관련 법 개정을 위한 국민 청원을 시작한 것에 대한 답변으로 읽힌다. 현재 경사노위는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를 통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사실상 유일한 노동계 파트너였던 한국노총은 불참하고 있다.

노동계 한 원로는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의 자리에 복귀를 하려면, 정부가 무언가 명분을 줘야 하는데 그럴 의지가 없다”며 “지금 상황에선 어렵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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