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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은행산업 수익구조와 금산분리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에 대출 등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

은행이 이자장사로 돈을 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4대 금융지주의 2022년 총영업이익 48조4038억원 가운데 82%(39조6739억원)가 이자이익이었다. 4대 금융지주에 속한 은행만 보면 이자이익 비중은 90%를 넘어섰다. 원래 우리나라 은행의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았던 데다가 2020년 말부터 순이자마진(NIM)과 이자이익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결과다. 2023년 1분기는 정책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 속에 약 3년 만에 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이자이익 규모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은행에서 이자이익 비중이 해외 은행들에 비해 높다는 사실이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이자이익에 유달리 크게 의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우리 은행들이 각종 수수료에 대해 상당히 관대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외국 은행들은 송금, 외환 등은 물론이고 여신이나 창구 이용에 대해 각종 수수료를 부과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수료율이 일반적으로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종 면제 사유가 있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매우 낮은 편이다. 그동안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수수료 ‘현실화’를 시도한 바 있으나 은행의 공공성을 중시하는 우리 정서와 맞지 않아 정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정책적으로 은행 수수료 현실화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논리적으로 타당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 수수료율이 은행 서비스 제공비용과 그 서비스의 편익을 올바르게 반영하지 않는 경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보다 더 많은 자원이 그러한 서비스 생산에 투입되는 비효율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낮은 수수료율 체계를 고친다고 사회적 후생증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수수료 상승에 따라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낮추지 않는다면 오히려 소비자만 손해 보는 꼴이 될 것이다.

정책당국은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하여 보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가지 점을 꼽을 수 있다.

첫째 은행산업의 진입장벽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 은행들의 높은 순이자마진은 정보 생산과 위험관리의 정당한 대가를 넘어 과점적 지위에 기초한 가격 책정을 반영하고 있다. 정책 내지 감독당국도 이미 이러한 시각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한 바 있다. 하지만 ‘도덕적 권유’ 내지 압박보다는 은행 수를 더 늘려 시장을 좀 더 경쟁적으로 만드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다.

물론 아무나 은행업을 영위하도록 허가를 내줄 수 없기에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다 보면 막상 은행업을 영위할 새로운 주체를 찾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나름 극복하고 우리나라에서 은행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중요한 시도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이었다. 많은 논란 끝에 금산분리 예외 조항을 통해 새로운 은행들이 신설됐다. 앞으로 이 은행들이 점점 더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은행산업 경쟁구도에 영향을 미쳐 예대금리차를 낮출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보다 최근에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통한 경쟁 촉진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금산분리 규제가 걸림돌이다. 지방은행과 달리 시중은행에 대해서는 산업자본의 소유를 더 엄격하게 규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제에 시중은행에 대한 엄격한 금산분리 규제 자체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 은행 소유 구조와 관련해 지방은행은 허용하고 시중은행은 금지하는 논리가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은행의 수익구조 개선과 관련된 두 번째 과제는 은행의 업무영역 확대이다. 은행이 고유 업무 이외의 다양한 업무를 통해 이익을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은행 수익구조 다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또 다른 의미의 금산분리와 관련된다. 은행의 비은행업무에는 타 금융업종 업무도 있겠지만 비금융업무도 포함된다. 특히 은행이 보유한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경쟁 촉진 또는 새로운 서비스 창출을 통해 소비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시장 경쟁구도에 영향을 미치면서 관련된 주체들로부터 상당한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 전체의 후생증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정하는 것은 정책당국의 몫이다.

결국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은행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요체는 양 방향의 금산분리 규제의 완화다. 이 이슈는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 다소 진부한 감이 있을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매우 중요하고 개선의 여지가 큰 과제다. 금융정책당국도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 흔들림 없는 정책 추진을 기대해본다.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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