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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왕서방, 단체로 이곳 ‘망고빙수’ 먹으러 온다…수직 상승 주가에 변수는 공매도? [신동윤의 나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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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한한령(韓限令·중국 내 한류 금지령)’, ‘유커(游客·관광객을 뜻하는 중국어)’

국내 주식에 투자를 하고 계시거나, 또 주식 시장 뉴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무조건 한번 이상은 들어보셨을 단어들입니다. 국내 증시 주요 종목들 중 여행, 면세점, 카지노 관련주에 대한 분석과 향후 목표 주가 등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했던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들 종목의 부진은 지난 수년간 ‘큰 손’ 역할을 해왔던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데는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이견이 없을 정도입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한한령’을 시행하며 중국인 단체관광이 끊겼고, 이후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관광객이 전무하다시피했던 시점은 여행·면세점·카지노 관련주에겐 ‘암흑기’라 불러도 무방할 수준의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숙박과 면세점 사업을 영위 중인 ‘대장주’ 호텔신라에게도 예외는 없었죠.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3년여 만에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사실상 전면 허용키로 한 사실은 침체해 있던 호텔신라 주가를 단번에 일으켜 세우기에 충분했습니다. 머지 않아 호텔신라 서울 1층에 위치한 ‘더 라이브러리’에서 ‘빙수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망고빙수를 먹고 있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호텔신라 주가를 끌어 올릴 ‘귀인’인 셈입니다.

10일 하루에만 17.3%↑…52주 신고가 경신

무엇보다 호텔신라 주가엔 ‘사드 보복’ 이후 6년 5개월 만에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 빗장이 완전히 풀리게 됐다는 사실이 기력을 한 번에 올려주는 ‘보약’이자 '마늘주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 대한 한국 단체 관광 금지령을 철회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 하루에만 호텔신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3%(1만2800원)가 오른 8만6800원을 기록했습니다. 11일에도 주가는 전날보다 2.76%(2400원) 오른 8만9200원에 이르렀고요. 장중엔 9만1200원으로 52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습니다.

앞서 지난 10일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한국·미국·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소식은 호텔신라 주가를 단번에 1년 10개월 전 높이까지 올려다놓았습니다. 11일 종가는 지난 2021년 10월 26일(9만1300원) 이후 가장 높은 지점입니다.

지난 10일 하루에만 호텔신라에 쏠린 투자자의 관심이 얼마나 큰 지는 거래량을 보면 알 수 있죠. 10일 하루에만 호텔신라 주식은 총 566만5204주가 거래됐습니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1995년 5월 2일 이후 일간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대치에 해당합니다.

면세·호텔 부문 수익성 개선, 주가 급등의 ‘기초체력’으로

호텔신라 주가가 급등세를 탈 수 있었던 데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자구책이 호실적으로 이어진 것이 기초 체력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호텔신라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2분기 실적을 통해 전년 동기 대비 55.6% 증가한 672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죠. 특히, 면세유통업 영업이익이 432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92%나 는 것이 주효했습니다. 시내와 공항을 포함한 호텔신라 면세점 전체 영업이익률도 6.1%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6%포인트나 늘어난 수준이기도 하고요.

호텔신라의 면세사업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따이궁(代工)’이라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을 줄이기로 하면서부터입니다. 그동안 호텔신라는 이들에게 송객 수수료를 지불해왔는데, 이 수수료율을 기존 40~50%에서 30~40%로 줄이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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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호텔신라의 따이궁 수수료 정상화 노력은 계획대로 진행되면서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다”면서 “하반기엔 쇼핑 공간 개선과 재고 관리를 더 해 따이궁 매출 공백을 상쇄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관광객이 늘면서 호텔 투숙률 역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모양새입니다. 제주호텔을 제외한 서울호텔과 신라스테이의 올해 2분기 투숙률은 1년 전에 비해 각각 15%, 28% 늘었다는 것이 신라호텔 측의 설명입니다.

호텔신라 시총 중 공매도 잔고 비중 5.38%…코스피 3위

증권가에선 ‘실적 모멘텀’을 타고 있던 호텔신라 주가가 중국 단체 관광객 호재 덕분에 상승세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향(向) 소비는 신규 테마로 부상할 수 있다”면서 “2차전지 쏠림 현상이 완화되면서 수급이 신규 테마로 확산되고 있고, 이익 턴어라운드 스토리가 간단하고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아웃바운드와 함께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인바운드의 증가세로 외형 확대, 영업이익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호텔신라 등) 면세사업 부문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유입 속도에 따라 향후 실적 개선 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호텔신라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10만9471원입니다. 가장 높은 수치를 제시한 곳은 13만원의 대신증권이며, 미래에셋증권과 DB금융투자가 12만원을 목표 주가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편, 일각에선 주가가 급등한 만큼 가뜩이나 호텔신라 주식에 대한 공세가 거셌던 공매도 세력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지난 8일 기준으로 호텔신라의 시가총액 중 공매도 잔고금액 비중은 5.38%로 전체 코스피 상장 종목 중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공매도 잔고금액 자체로도 1574억원으로 9위에 올라 있기도 합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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