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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진 없어도 OK”...‘외환=하나’ 공식 굳힌 함영주의 안목
여행객들 수수료 없이 환전 가능
환전서비스 ‘트래블로그’ 큰 인기
가입자 175만·누적환전 5000억

“보험사나 은행이 팝업스토어를 한다고 하면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여행’과 관련된 환전 서비스 및 팝업스토어를 출시하면 은행의 여행적금, 보험사의 여행자보험 등이 모두 연결될 수 있죠. 특히 트래블로그를 통해 하나금융 계열사에는 부족한 MZ(밀레니얼+Z)세대 고객을 끌어올 수 있어요”(트래블로그 실무자)

하나금융그룹이 하나카드의 환전 서비스 ‘트래블로그’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각 계열사의 독자노선을 추구하는 다른 금융지주와는 달리 은행이 카드사가 만든 환전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원하고, 또 해당 채널을 통해 은행-증권사-보험사의 금융상품을 노출시키는 등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 계열사가 합심해 ‘외환’에 대한 하나금융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누적 환전금액 5000억원 달성...“매일 놀라운 숫자 경신”= 9일 김충영 하나카드 하나머니사업부 차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트래블로그에 매일 찍히는 숫자들이 놀라을 뿐”이라며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해외 여행이 완전히 풀린 게 아니다보니 쿠킹(가열) 기간이었는데, 최근 들어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래블로그는 하나카드가 시작한 환전 서비스다. 트래블로그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발급 받으면 해외에서 수수료 없이 사용 가능하고, 또 ‘하나머니’라는 하나금융그룹 앱에 들어가면 수수료 없이 환전할 수 있다. 최근 해외여행객들이 급증하며 출시 1년만에 가입자 수 175만명을 돌파했다. 월 환전금액은 1100억원, 누적 환전금액은 5000억원에 달한다. 본격 휴가 성수기는 8월에 시작되는 만큼, 이번 달 가입자 수 2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래블로그에 특히 가장 많이 환전이 되는 통화는 다름 아닌 엔화다. 누적 환전금액 기준 엔화의 비중이 48%에 달한다. 그 다음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달러(19.7%)와 유로화(15.5%)다. 금융 소비자들은 하나머니 앱을 통해 환전뿐 아니라 환테크 등 각종 투자도 이어나가고 있다. 하나머니 앱에는 정해놓은 환율에 도달했을 때 자동으로 예금 통장에서 설정해놓은 금액만큼 환전이 되는 ‘목표환율 자동충전’ 기능이 있는데, 이를 통해 환차익을 시현하는 투자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김지윤 하나머니사업부 주임은 “엔/원 환율이 900원 아래로 떨어졌던 지난 달 말에 또 상당히 많은 엔화가 유입됐다”며 “트래블로그의 특징은 자금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나가는 다른 환전 앱과 달리 사람들이 ‘환율이 싸졌을 때마다 사서 모아둔다’는 개념을 가지고 자금을 장기적으로 보유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하나머니 앱에 쌓여있는 잔액의 3분의 2 정도는 원화가 아닌 외화로 구성돼있다.

▶전 하나금융 계열사 협업...외환관리 노하우 하나은행 ‘팍팍’ 지원= 트래블로가 흥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주 계열사와의 적극적인 협업이 유효했다. 먼저 외환은행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하나은행이 계좌 및 환리스크 관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엔·달러·유로·파운드화를 제외한 다른 통화의 경우 환리스크가 존재해 환전 수수료 무료 정책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데, 하나은행이 뒷단에서 관리를 담당해주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김 주임은 “사실상 외화 지점 점포 등 외환 관련한 인프라는 과거 외환은행에 가장 많았고, 화폐의 종류도 하나금융그룹이 가장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행의 각종 지원이 카드사 사업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작년까지는 카드사가 은행의 지원을 받아 만든 수준이었다면 올해부터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며 전 계열사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하나머니 앱에 하나증권의 자산관리계좌(CMA), 하나손해보험의 여행자보험 등 각종 상품을 붙이기 시작한 것. 하나머니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하나증권, 하나은행, 하나저축은행 중 한 곳의 계좌가 필요한데, 트래블로그 서비스를 위해 계열사의 계좌를 새로 만든 비율이 10%나 된다.

하나금융그룹은 외환 사업에 대한 수수료이익 등 ‘마진’도 포기하고 트래블로그에 대한 혜택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지주는 물론이고 하나카드 그룹 내에서도 수익성이 아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트래블로그를 통해 환율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 1%의 환급수수료 외에는 전혀 이익을 남기지 않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 전언이다.

그 결과 MZ세대 사이에서 ‘외화=하나’라는 공식은 더욱 굳어졌다. 하나카드는 이같은 공식이 시장에서 더욱 먹힐 수 있도록 ▷현금자동인출기(ATM) 수수료 무료 ▷카드 수수료 무료 ▷환전 수수료 무료뿐 아니라 더 많은 혜택을 기획하고 있다. 현재는 18개의 화폐에 대해만 환전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20여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주임은 “고객의 외화 충전 이력을 근거로 지역별 특화 이벤트 시리즈를 진행해보려고 한다”며 “엔화를 충전한 고객에게는 공항에서 일본서 사용할 수 있는 다이슨 헤어드라이기를 저렴하게 대여하는 등 외부협력을 통한 렌탈사업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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