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이마트24 매장에서 고객이 할인 판매 중인 도시락을 보고 있다. [연합]

‘고물가 시대’에 대형마트,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사가 일부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하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는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사전 대량 매입과 신규 산지 확보 등으로 능동적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SSM(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 등 대형 유통사들은 최근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에서 일부 제품 가격을 잇달아 낮추고 있다.

롯데마트·슈퍼는 16일까지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값이 오른 ‘햇 건고추’의 가격을 지난해 수준으로 낮춰 판매한다. 경북 영양산 ‘햇 빛깔찬 세척 절단 건고추(1.8·3㎏)’를 시세에 비해 20% 저렴한 가격에 판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aTKAMIS)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홍고추 평균 도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올랐다. 이마트24도 8월 한 달간 인기 컵커피 38종을 최대 34% 할인한다. 이마트24 출범 당시(2014년)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1+1’이나 ‘2+1’ 같이 덤으로 증정하는 식의 일반적인 할인 행사와 달리, 한 개만 구매해도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CU는 9월부터 PB(자체 브랜드) ‘겟(get) 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엑스라지(XL) 사이즈 가격을 200원 낮출 예정이다. 앞서 4월 100원을 낮춘 데 이어 올해에만 두 번째 가격 인하다. 해당 상품의 가격은 1800원으로, 올 초(2100원)에 비해 300원(인하율 14.3%) 낮아지게 된다. CU는 7월에도 PB ‘헤이루(HEYROO)’ 스낵 3종(통밀 고구마형·왕소라형·오란다 스낵), 우유 2종(흰 우유 1ℓ·우유득템 1.8ℓ) 등의 가격을 100원씩 낮췄다. 세븐일레븐도 지난달 PB ‘세븐셀렉트’ 과자 2종(구운마파링·신당동떡뽁이)과 음료 2종(허니복숭아에이드·상주곶감수정과)의 가격을 각각 100원씩 낮췄다.

이처럼 대형마트, 편의점 등이 가격을 연달아 낮추는 이유는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가격 인상에 대한 자제를 요청한 데다, 물가 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급하게 가격을 낮추거나 동결하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사전에 물량을 대량으로 계약하고 저렴하게 물건을 조달할 수 있는 원산지를 확보하는 식으로 선제적으로 가격을 낮추기도 한다. 일례로 최근 롯데마트·슈퍼가 햇 건고추의 가격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채소팀 MD(상품 기획자)가 6월부터 전북 정읍, 경북 영주·영양의 산지를 선정해 지난해에 비해 계약 물량을 50%가량 늘린 결과다. 대량 공동구매를 통해 공급자뿐 아니라 소비자·유통사 모두에 이익이 돌아간 것이다. 이마트가 지난달 진행한 ‘더 리미티드(The Limited)’ 행사에서도 해외 신규 산지인 브라질에서 우수 협력사를 발굴, 닭고기를 직접 조달해 원가를 절감했다. 이를 통해 양념 닭불고기 제품을 시중 가격의 50% 수준으로 팔 수 있었다. 다른 상품도 협력사와 사전계약으로 대량 물량을 저렴하게 확보해 시세의 절반 가격을 책정했다. CU가 올해 커피 가격을 두 차례 내릴 수 있었던 것도 사전 매입을 통해 원두를 안정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가 한동안 이어질 예정인 만큼 유통가에서는 ‘가성비 전쟁’이 점점 더 격화할 것”이라며 “(업체들은) 가격 인하와 용량 확대, 저렴한 신제품 출시 등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김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