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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은행 신탁자산 은행권 선두 탈환
65조1496억, 15개월새 26.5% ↑
금전신탁이 상승 견인 ‘전략 적중’
타 은행 추격 거세 순위 바뀔수도

비이자이익 확대가 절실한 은행들이 자산관리 분야의 역량 강화에 나선 가운데, 하나은행의 신탁자산 규모가 은행권 선두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제적 투자가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다만 고령화로 인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데다 신탁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예고된 상황이어서 하나은행의 ‘1등 전략’이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하나은행 신탁자산 ‘1위’ 탈환...금전신탁이 상승 견인= 8일 각 사 사업보고서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신탁자산(퇴직연금 제외) 규모는 219조238억원으로 2021년 말(199조3509억원)과 비교해 약 1년 3개월 만에 9.8%(19조6729억원) 늘었다. 신탁은 고객이 금전, 부동산 등 자산을 맡기면 금융사가 이를 운용 및 관리해 이익을 남겨주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의미한다.

주목할 점은 하나은행의 성장세다. 하나은행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신탁자산 규모는 65조1496억원으로 1년 3개월 사이 26.5%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타 은행의 증가폭은 ▷우리은행 9.8% ▷국민은행 8.59% ▷신한은행 마이너스(-)1.89%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말까지 선두 자리를 유지하던 신한은행의 신탁자산은 2021년 말 이후 1년 3개월간 1조7000억원 가량 줄어들며, 하나은행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반면 하나은행은 올 2분기에도 3조원가량의 신탁자산을 추가로 쌓는 등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른 신탁 손익 또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하나은행의 1분기 기준 신탁업무운용손익은 534억7400만원으로 전년 동기(470억7200만원)와 비교해 약 13.6% 늘었다.

하나은행의 성장에는 금전신탁 증가가 크게 작용했다. 특히 1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을 제외한 금전신탁 규모(30조4862억원)가 지난해 말(26조7194억원)과 비교해 8%가량 급증하며 자산 순위 변경에 크게 기여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금전신탁 규모는 25조3515억원에서 26조3730억원으로 4.02% 상승에 그쳤다.

▶ ‘상품 다양성’이 경쟁 요소...타 은행 추격도 거세져= 하나은행의 성장을 이끈 주 요인으로는 상품 다양성이 꼽힌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0년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신탁 ‘리빙트러스트’를 내놓은 후 꾸준히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이를 통해 취급된 신탁자산은 올 상반기에만 약 21.5%(48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패밀리오피스를 결합한 VVIP 전용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은행권 최초로 미술품을 보관 및 처분하는 동산관리처분신탁 상품을 출시하는 등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금 현물신탁 등 비대면 상품 출시로 접근성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성장을 견인한 상품은 ‘분할매수형 상장지수펀드(ETF)’다. 해당 ETF는 분할매수 횟수와 하락기준율 등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매수가 진행되는 게 특징으로, 은행권 판매처는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설정한 기준으로 매수가 자동 진행되기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는 기존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며 “은행도 자동으로 추가 자금을 창출할 수 있으니 효자상품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선제적인 영업 강화는 신탁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서 기인했다. 중년층은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관리 수단으로, 노년층은 상속을 위한 수단으로 신탁을 활용한다. 고령화 심화에 따른 신탁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이유다.

아울러 관련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취급 재산 다양화(채무수탁 등) ▷신탁을 통한 수익증권 발행 허용 등의 내용을 포함한 혁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향후 법령 개정이 완료될 시, 대출이 낀 주택을 활용한 신탁 등 새로운 서비스도 잇달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은행권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타 은행들도 최근 신탁업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에 돌입했다. 우리은행은 올 초 프라이빗뱅커(PB) 40명을 ‘우리내리사랑신탁 파트너스’로 지정하고, 자산승계신탁 컨설팅 강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1분기에만 11%가 넘는 신탁 자산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반려동물 신탁’ 등 상품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힘쓰고 있다. 신한은행도 신탁을 포함한 자산관리 브랜드 확장에 나서는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탁은 최근에서야 단순한 투자를 넘어, 자산관리부터 이전까지 아우르는 서비스로 취급받고 있다”며 “상품 또한 확장 단계에 있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나 자산관리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순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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