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마트에 진열돼 있는 우유 제품들 김희량 기자

10월 원윳값 인상이 예정된 가운데 올해 주요 대형마트 흰 우유 구입자 중 PB(자체브랜드) 우유를 찾는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2년 사이 우유 소비자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PB 우유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마트 등 유통채널에서는 일종의 ‘미끼상품’으로, 유업계에서는 공급량 조절을 위한 수단으로 PB 우유가 활용된다. 장기적으로도 기존 흰 우유 소비패턴이 PB 우유 중심으로 변하게 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1~7월 누적 흰 우유 매출액 중 PB 우유 비중은 26%로, 3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마트의 1~7월 흰 우유 매출액 중 PB 우유 매출 비중도 약 22%이다. 2020년 같은 기간 11.7%였던 해당 비중이 3년 만에 사실상 2배가 된 것이다.

PB 우유는 마트, 편의점 등이 제조사인 유업체에 의뢰, 직접 제품을 만든 뒤 독자적인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우유를 뜻한다. 이날 기자가 찾은 서울의 한 이마트 매장의 PB 우유 ‘피코크 에이 클래스 우유(제조사 매일유업)’ 900㎖ 가격은 2280원으로, 같은 마트 매일우유 900㎖의 가격(2840원)에 비해 20% 가까이 저렴했다. PB 우유는 마케팅 비용이 적고 마진을 유통사가 낮출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유업계가 PB 우유 제품을 내놓은 이유는 오히려 가격보다 수급 조절 목적에 있다. 업계에 따르면 PB 우유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마진 폭이 좀 더 낮다고 한다. 흰 우유는 제조사 기준 1~3%대의 낮은 마진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유는 살아있는 동물인 젖소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매해 또는 매월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다. 유업체 입장에서는 PB 제품으로 우유가 과잉일 때 공급해 물량 조절을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업계 관계자는 “신선 식품인 우유는 (생산된 지)12~14일 내 소진 못하면 버려야 한다”며 “어느 정도 물량 조정을 위해서 제조사에서도 PB제품으로 가는 물량을 조정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유통사 입장에서는 PB 우유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미끼상품의 역할을 한다. 이마트 PB 브랜드인 피코크 제품 중에서도 PB 우유는 상위권인 6위에 속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PB 우유는 가격 인상 시점이 유업체의 자체 흰 우유 제품에 비해 뒤늦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11월 원윳값 인상 이후 유업체들은 우유 가격을 인상했지만, 국내 ‘빅3 대형마트’는 PB 우유의 가격을 올해 3월에야 약 10% 인상률을 적용해 올렸다.

유통사가 판매하는 일반 흰 우유 소비자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있어 유통사는 PB 우유 가격을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CU는 지난달 PB제품인 ‘헤이루 흰우유 1ℓ(제조사 매일유업)’ 소비자가격을 2600원에서 2500원으로 100원 인하했다. 유업사의 출고가 조정 없이 편의점이 유통 마진을 줄이는 방식이었다. 이마트24도 우유 ‘아임e 하루e한컵우유 1ℓ(제조사 푸르밀)’ 가격을 연말까지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대형 유통사 간담회를 열고 흰 우유 제품의 가격 마진을 낮출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농식품부는 유통사 등 판매처에서 원윳값 인상 외 다른 인상 요인까지 합쳐서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업체 사업보고서를 보면 유통사에서는 약 40%대의 마진이 남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유통사는 현재 가격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유 상품 특성상 냉장 보관을 해야 하고 진열을 위한 인건비, 물류 비용, 폐기 처리 비용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김희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