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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롭힘 신고 '무용지물'…직장 분쟁 20%↑ "법 위의 사용자"[김용훈의 먹고사니즘]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26일 해양 장비·로봇 시험평가선 ‘장영실호’에서 항해사로 근무한 20대 여성 A씨가 선사 B사를 상대로 재해보상심사조정을 청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선임자로부터 폭언, 욕설, 성희롱성 발언 등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여 명의 선원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A 씨는 지난해 7월 장영실호 승선 이후 직속 상사인 선임 항해사로부터 제대로 된 인수인계나 교육 대신 폭언과 욕설을 들었고, 상습적 외모 비하와 남자친구 관련 질문 등 성희롱성 발언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4월 장영실호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부산해양수산청은 A씨의 우울증 발병이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B사와 다른 선원들을 상대로 당시 정황을 조사 중이다.

최근 직장에서 발생하는 분쟁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올 들어 7월까지 전국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부당해고 등 심판사건이 몇 건인지 봤더니 무려 8720건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270건이 접수된 걸 감안하면 무려 19.9% 늘어난 셈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건 15%만 구제

직장 내 괴롭힘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도 신고를 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신고를 한다고 해도 권리구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죠.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4년 간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사건은 총 2만8731건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권리구제가 이뤄진 사건은 14.5%에 불과합니다. 권리구제 유형으로는 개선지도가 11.3%(3254건)으로 가장 많았고, 검찰 송치 1.7%, 과태료 부과 1.3% 순이었습니다. 신고 유형으로는 폭언이 33.2%(1만2418건)로 가장 많았고, 그 외 부당인사 12.8%, 따돌림·험담 10.7%, 차별 3.3% 순입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지난 6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경험한 이들은 응답자의 28.6%였습니다. 괴롭힘 이후 회사가 법이 명시한 조사나 조치 의무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답변은 무려 64.3%에 달합니다. 괴롭힘을 자행한 가해자가 사용자 또는 친인척이었다는 응답도 28.2%나 됐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과태료로 처벌한 건 개정법이 시행된 2022년 이후 3.1% 뿐입니다. 고용부 특별근로감독 실시 건수도 법 제정 이후 15건에 불과하죠. 정부의 미온적 태도 탓에 사용자들이 신고자들에게 ‘보복갑질’을 일삼고 있고, 보복이 어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결국 A씨처럼 극단적 선택까지 이르게 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셈입니다.

“직장분쟁 줄이려면, 사용자 ‘노동법’ 알아야”

[중앙노동위원회 제공]

직장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중노위가 직장분쟁을 조기 예방하기 위해 지난 6월 3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전국 노동위 공익위원 201명과 조사관 149명 등 총 35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사용자가 노력해야 할 사항으로, ‘기본적인 노동법 준수’(27.6%), ‘적정량의 업무분장과 명확한 업무지시’(16.9%),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14.7%) 등을 꼽았습니다. 물론 근로자도 ‘직원 간 상호 존중’(27.9%), ‘성실한 근로 제공’(24.6%), ‘직장 내 규칙 준수하기’(16.9%), ‘역지사지의 태도’(13.4%) 등이 필요하겠죠.

다만 사용자가 기본적인 노동법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하는 분쟁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노동법을 더 많이 알고 있는 쪽도 근로자였습니다. 공익위원과 조사관의 54.3%가 사용자(45.7%)보다 근로자가 노동법을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들은 현장에서 분쟁 당사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이들입니다. 또, 이들은 ‘직장분쟁을 예방하려면 근로자와 사용자 중 어느 쪽이 노동법을 더 많이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문엔 응답자의 89.1%가 ‘사용자’를 선택했습니다. 결국 직장분쟁을 줄이기 위해선 사용자가 노동법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어야 하고, 이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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