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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스톱부터 밈 ETF까지…‘정크 랠리’로 활개친 밈주식史 [밈처럼 요동치는 K-증시]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우리가 출시한 라운드힐 밈(MEME) ETF는 AMC나 게임스톱 등 개별 주식 차원에서 하나하나 접근한 게 아니라 그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콘셉트를 담아낸 것이다.”(윌 허시 라운드힐 CEO)

2021년 미국 뉴욕증시를 휩쓴 ‘밈 주식’을 담은 ETF가 출시되자 월가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펀더멘털에 기반하지 않고 변동성도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반론이 맞섰다. 밈 주식이란 미국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입소문을 타고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특정 종목을 말한다. 이 ETF의 티커명마저 ‘MEME’. 그해 1월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GME)’으로 쏘아 올린 밈 투자는 ETF까지도 영역을 확장했다.

▶'밈 주식'이 돌아왔다=밈 주식이 부상한 건 2021년 '게임스톱' 사태부터다. 사양산업인 비디오게임 유통을 하던 게임스톱은 실적 부진으로 파산위기에 몰리자 헤지펀드의 ‘공매도’ 표적이 됐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토론방을 중심으로 뭉친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맞서 게임스톱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자 상황이 급변했다. 2020년 4월 주당 3.25달러에 불과했던 게임스톱 주가는 2021년 1월 347.5달러까지 치솟았다.

월가가 아닌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미국의 젊은 개인투자자가 열풍을 주도했다. 몇몇 헤지펀드의 파산도 이끌어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5월 ‘멜빈 캐피털’이 펀드를 폐쇄하고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돌려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게임스톱 공매도에서 입은 손실을 극복하지 못한 데다 위기를 극복할 새 수수료 방안도 힘을 발휘하지 못해 사업을 접게 된 것이다. 멜빈 캐피털 설립자인 게이브 플롯킨은 “지난 17개월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고 했다.

게임스톱 이후 멀티플렉스 체인 AMC 엔터테인먼트, 미국 가정용 생활용품 소매점 체인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Y) 등은 실적과 관계없이 급등락을 반복하며 등장했다. 지난해 8월, 미국 20세 대학생이 BBBY를 투자한 지 한 달 만에 14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다는 보도는 ‘한탕주의’에도 불을 지폈다. BBBY 주가는 지난 최근 1년간 98.03%, 올 들어서만 90.67% 하락한 끝에 올해 5월 3일자로 상폐되며 주식거래가 중단됐다. BBBY가 상장폐지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도 국내투자자는 1266만달러를 순매수했다.

▶한국판 ‘게임스톱’ 뭐있나=국내에선 에코프로가 밈 주식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과 공매도 투자자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달 들어 주가가 110만원선을 뚫자 시장에선 주가 급등을 버티지 못한 공매도 투자자들이 ‘숏스퀴즈’에 나선 결과라고 분석한다.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투자자는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되갚을 주식을 사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숏스퀴즈’라고 한다.

일각에선 2000년 당시 급등세를 연출했던 새롬기술을 떠올리기도 한다. 새롬기술은 1999년 8월 상장 6개월 만에 무려 150배 가까이 폭등했다. 다만, 밈 주식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뭉쳤다는 점에서 시기상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신풍제약이 더 들어맞다는 시선도 있다. 신풍제약 주가는 2020년 한 해 동안 1612.71% 올랐다. 연초 7000원대였던 주가는 그해 9월 21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거래 정지에도 연이어 상승하다 장 마감 직전 급락하는 등 이상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거래 정지 당시 투자자들은 다시 상승을 기원한다는 이유로 이름이 비슷한 지류 유통판매회사인 신풍제지를 ‘부적주’라며 사들이는 해프닝도 벌였다. 당시 신풍제지 온라인 종목토론방에는 “신풍제약에서 왔습니다. 부적 매수해 갑니다” 등 밈 게시물도 잇따랐다.

밈 주식은 증시가 회복될 때마다 고개를 든다. 지난해 미 주식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여파로 폭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증시가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에 힘입어 회복되자 밈 주식들도 기세를 타고 일제히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MEME ETF는 올 들어 60% 넘게 치솟았다. S&P500 상승률(17%)을 훌쩍 뛰넘는 수준이다.

JP모건 프라이빗뱅크(PB)의 애비 요더 미국 주식전략가는 블룸버그를 통해 “펀더멘털이 아닌 감정에 기반을 둔 '정크 랠리'가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단기 군집거래 경향은 신규 투자자와 연령대가 낮은 투자자에서, 그리고 투자자 관심도가 큰 주식에서 강하게 관찰된다. 다만, 군집거래 이후 수익률 반전 현상도 나타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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