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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코프로 유구무언’ 증권사들 “어떤 분석을 내도 비난 …주가는 결국 펀더멘털로 귀착” [밈처럼 요동치는 K-증시]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에코프로 그룹주의 ‘폭주’에도 증권가에서는 애널리스트 보고서나 발언을 찾아보기 힘들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애널리스트들이 이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비관적 전망을 낸 애널리스트에 대해 일부 강성 주주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으로 2차전지 분야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와 리서치센터장들의 의견을 묻자, 에코프로 그룹주가 ‘밈(Meme) 주식’화 됐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최근 포스코 그룹주와 엘앤에프 등 2차전지 관련주가 급등한 점도 밈 주식화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각에선 믿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일은 과거부터 반복된 현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과거도·지금도 ‘비싸다’…“전례 없는 급등”=23일 2차전지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에코프로 그룹주의 주가 상승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5월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2030년까지의 성장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며 투자 의견 ‘비중축소(Reduce)’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23만8000원이었는데 지난 21일 종가 기준 주가는 36만원을 넘어섰다. 에코프로비엠의 성장성을 인정하더라도 지주사인 에코프로의 오름세가 과도하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A애널리스트는 “2차전지 양극재사업의 매력도로 볼 때 주가 상승을 이해할 수 없다”며 “지주사 에코프로의 실적은 대부분 에코프로비엠을 따라가고, 에코프로비엠이 이미 상장돼 있어 가치가 이중으로 반영되고 있다. 지주사 가치가 이렇게 인정받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B애널리스트는 “수급이 양극재에서 끝날지 다른 소재군으로 확대될지 예측할 수 없지만 밈주식화한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 업체들이 미국의 중국 제재로 프리미엄을 받는 것은 이해하지만 현재는 적당한 수준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독점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지만 지금은 중국 업체들의 미국 진출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밸류에이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고, 과거에도 없었던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C리서치센터장은 “결국 주가는 펀더멘털에 맞춰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에코프로 광풍이 옮겨붙은 포스코 그룹주는 실적이 있으니 나쁘게만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밈주식화하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업 실적에 근거한 분석과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은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기술이 등장하며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D리서치센터장은 “개인투자자들은 5년 뒤, 10년 뒤 실적을 기대하며 주가를 합리화하고 있지만 먼 미래의 실적을 합리적으로 내다보긴 어렵다”며 “믿음으로 투자하는 사람과 기업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한 투자자는 다른 층위에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재는 밈 주식이라고 부르지만 과거엔 ‘콘셉트 스톡(Concept Stock)’이라는 말이 있었다”며 “신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란 개념을 사람들이 수용하고, 믿음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또 다른 주가 형성 메커니즘”이라고 판단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높은 변동성에 분석 불가능…강성 주주에 리서치 위축”=특히 에코프로에 대한 보고서는 사실상 실종 상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발간된 에코프로 보고서는 단 5건에 그친다. 애널리스트 및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평가의 난이도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 주주들이 애널리스트에 대해 비판을 넘어 비난을 쏟아내는 점도 리서치를 위축시키는 요소다.

A애널리스트는 “시가총액에 비하면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리포트를 많이 내지 못했다”며 “주가 상승률이 가팔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분석하기도 쉽지 않고, 어떤 분석을 내더라도 비난이 이어지니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E리서치센터장은 “애널리스트는 해당 주식을 사라고 주장하는 사람(Sell Side)인데 주가가 급등하면 밸류에이션을 산정하기도 어렵고, 주식을 팔기 위해 분석할 유인도 적다”며 “투자 의견 ‘매도’를 냈을 때 주주들의 반발이 큰 것도 영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리서치 위축에 따른 피해는 개인투자자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미래 실적을 예측할 수 있는 재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는 최근 3개월간 삼성증권, 하나증권 외에 증권사 리포트가 발간되지 않으면서 2분기 실적 컨센서스에도 단 두 곳의 추정치만 반영됐다. 에코프로의 실제 실적이 컨센서스에 못 미치자 컨센서스의 신뢰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한편 증권사가 ‘매수’ 위주의 리포트를 내면서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매도 리포트 비중이 1% 넘는 국내 증권사는 유진투자증권 단 한 곳밖에 없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열고 올바른 리서치문화 정착을 위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질타한 바 있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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