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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재가 다른 악재를 덮는 카카오 주가…‘시세조종’ 겨눈 복현이형 칼날 어쩌나 [신동윤의 나우,스톡]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카카오 과거 실적도 안 좋고, 또 곧 나올 2분기 실적도 애매한 것 잘 알아. 더 떨어질 곳도 없는 주식이야.”

얼마 전 국내 한 대기업에 다니는 오랜 친구가 기자와 만나 한 말입니다. 카카오 주주인 그의 주식은 12층(주당 12만원)에 물려 있는 상황이죠. 사실상 수년 내 자신이 익절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린지 오래라는 그 친구는 최근 자신이 가슴 속에 묻어 둔 2000만원어치 카카오 주식만 생각하면 냉수를 마셔도 시원한 줄 모르겠다고 하네요. 그 친구는 이런 말도 마지막으로 남겼습니다. “떨어진 주가를 생각해 보면 800만원이 조금 넘는 주식만 남은 상황이다”라고요.

그 친구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오늘 또 카카오에 닥친 악재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악재 1. 금융 당국의 SM 시세조종 수사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입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신한카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SM 수사와 관련한 질문에 “어느 정도 실체 규명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조만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수사·조사 영역은 말하기 조심스럽고 여러 제약 요인도 있다”면서도 “역량을 집중해서 여러 자료 분석을 진행 중이고 생각보다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 중”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죠.

금감원이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강제 수사에 들어가게 된 것은 지난 4월 하이브가 제기한 의혹 때문입니다. 하이브는 SM 주식 공개매수 기간인 지난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SM 발행 주식 총수의 2.9%에 이르는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죠. 이후 금감원은 카카오와 SM 등에 대해 잇달아 압수수색을 펼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인 바 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가 입증될 경우 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지분을 왜곡된 가격으로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매수하거나 싸게 매도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데요. 손해배상 금액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3~5배입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도 카카오의 숨통을 더 조이는 사안입니다. 피의자에게 현행법상 3대 불공정거래인 시세 조종, 미공개 정보 이용, 부당 거래 등에도 기존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외에 과징금 부과도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SM에 대한 시세 조종 혐의가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카카오 경영진 등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금융 당국에선 이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요.

실제로 카카오 주가는 이 원장의 한 마디에 오래간만에 올라탄 우상향 곡선에서 그대로 굴러떨어진 상황입니다. 지난 5일 4만885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14일 5만2800원까지 상승했지만, 19일엔 5만400원까지 다시 내려앉았기 때문이죠.

악재 2. 실적 부진

근본적으로 카카오 주가의 발목은 잡는 이유는 바로 실적 부진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시장 추산치에 따르면 카카오는 2분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1710억원) 대비 27.25%나 줄어든 1244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최근 2주간 증권사들이 내놓은 실적 전망치는 컨센서스를 밑도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예상 영업이익액으로 1020억원을 제시한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유진투자증권(1033억원), 삼성증권(1090억원), NH투자증권(1130억원), 메리츠증권(1140억원), 키움증권(1173억원), SK증권(1235억원) 등 7개 증권사가 컨센서스를 밑도는 영업이익 예상액을 제시했습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1272억원)과 현대차증권(1478억원) 두 곳만 평균치를 상회하는 수치를 내놓는데 그쳤죠.

실제 카카오의 상황은 여의치 않은 모습입니다. 최근 구조조정 등 자구안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지만, 광고 매출 회복이 경쟁사에 비해 더딘 편이고 웹툰 등 콘텐츠 사업도 성장이 주춤한 상황입니다. SM 인수에 따른 연결실적이 2분기부터 반영될 예정이지만, 관련 비용과 상각비가 늘면서 오히려 2분기 실적에 부담을 주는 형국이죠.

증권사들도 잇따라 카카오에 대한 목표주가를 내려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8만원이던 목표주가를 7만원으로, 키움증권은 7만8000원이던 목표주가를 7만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여기에 메리츠증권과 삼성증권도 각각 7만2000원에서 6만3000원, 7만9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낮춰 잡았죠.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도(Sell)’나 ‘보유(Hold)’ 의견을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상황에 증권사들은 ‘매수(Buy)’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목표 주가를 낮춰 투자자들에게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악재 3. 분할 상장에 따른 지주사 디스카운트

이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적어도 카카오 주주들에겐 ‘분노’를 자아내는 중요 포인트입니다.

과거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핵심 자회사들을 분리 상장하면서 카카오 주가엔 ‘지주사 디스카운트’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주사는 자회사 중복 상장에 따라 기업가치가 낮게 거래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SM을 인수한 것 역시 카카오 주주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일로 평가됩니다. 대한민국 3대 연예 기획사로 불리는 곳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는데 왜 그렇냐고요? 바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분리 상장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읽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온라인상의 카카오 종목토론방이나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는 “카카오 크면 또 계열사 분리(상장) 할 텐데 이 주식 왜 삼?”이란 글이 올라올 정도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경영 환경에서 지주사가 핵심 자회사를 분리 상장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카카오의 경우 기존 주주들의 권리에 대해선 경시하면서도 회사와 오너의 자본력만 키우려 상장에 나서는 회사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덧씌워져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주주가치 제고가 국내 증시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지금 같은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이미지 제고를 위한 카카오 측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조언했죠.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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