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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 출혈경쟁인데” 자영업자 21개월 연속 증가 [홍태화의 경제 핫&딥]
국가통계포털(KOSIS) 자영업자 통계 분석
21년만에 최장기간 증가세…600만명 육박
2012년 이후 최대…코로나 이전 이미 넘어
인구 5156만명 뿐인데…자영업 비중 과다
OECD 기준 5번째로 높아…미국 4배 이상
‘엔데믹 보복소비’로 버텼지만, 앞으로 문제
한식 등 외식 가맹점 역대 최대로 늘었지만
경기침체 더불어 인건비 상승까지 ‘이중고’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자영업자 수가 21개월 연속 증가했다. 21년만에 최장 기간 증가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감소한 자영업자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직후 다시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자영업자 수는 올 6월 기준으로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600만명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1명 이상이 자영업자인 셈이다.

경기침체와 인건비 상승으로 이미 출혈경쟁에 들어선 자영업 시장 내 경영난이 우려된다. 특히 소상공인 인건비 부담은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늘어난 최저임금 때문에 가중된 상태다. 최저임금은 2018년 16.38%, 2019년 10.89% 올랐다. 내년에도 올해 대비 2.49% 늘어난다.

20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전년동월비 자영업자 수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계속 늘었다. 2020년 1분기부터 2021년까지 3분기까지 코로나 사태로 구조조정을 겪었던 자영업 시장이 다시 부풀어 오르는 모양새다. 자영업자 수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5월까지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속도도 빠르다.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9만6000명 증가했다. 지난해 6월 12만7000명 증가라는 기저효과가 있는데, 이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9월엔 18만2000명이 늘어나, 20만명에 육박하는 증가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절대규모는 6월 기준으로 11년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6월 자영업자는 580만3000명을 기록했다. 기존 최대치는 2012년 6월 588만8000명이다. 2020년 6월 555만1000명까지 떨어졌던 자영업자 수가 다시 코로나 전인 2019년 6월(570만6000명)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보복소비’로 버텼는데…많아도 너무 많아진 자영업자

인구를 감안하면 자영업자 수는 많아도 너무 많다. 우리나라 인구는 어린이와 노인을 다 합쳐도 올해 5155만8000명으로, 자영업자가 이중 11.25%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도 과도한 자영업자 수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고질병으로 지적돼 왔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세계 5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25.1%로 OECD 평균인 15.3%보다 약 10%포인트 높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곳은 그리스(33.5%), 터키(32.0%), 멕시코(31.6%), 칠레(27.1%)뿐이다. OECD 기준은 우리나라 기준 자영업자에 무급가족종사자를 더해 비율이 더 높게 산출된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이 우리나라에 이어 두 번째로 자영업자가 많았지만, 비중은 10.3%에 불과했고 순위도 25위였다. 미국은 6.3%에 불과하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자영업자들이 국회 앞에서 생계 회복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앞으로가 더 문제다. 자영업자 수 증가에도 구조가 붕괴되지 않았던 것은 코로나 종식에 따른 ‘보복소비’ 역할이 컸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분기 대비)은 0.3%를 기록했는데, 민간소비의 기여도가 0.3%포인트였다. 반면, 순수출은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내렸다. 소비가 그만큼 좋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앞으로도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지에 대해선 의문이 따른다. 우리나라 산업 핵심인 수출이 침체를 맞았고, 금리도 높기 때문이다. 돈이 계속 돌기 어려운 구조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4%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전망치(1.6%)보다 0.2%포인트 하향조정한 수치다. 수출(통관기준) 전망치는 당초 ‘4.5% 감소’에서 ‘6.6% 감소’로 조정됐다. 민간소비는 2.5% 증가한다고 봤다.

이미 너무 오른 최저임금…한식·치킨 등 외식업계 우려

인건비 상승도 부담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24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 인상한 9860원으로 결정했다. 인상률은 2021년(1.51%)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지만,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이미 오를 만큼 올라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소상공인의 연평균 영업이익 상승률은 1.6%에 불과했으나, 인건비 상승률은 3.7%에 달했다. 그 결과 올해 1∼4월 소상공인들이 지불하는 월평균 인건비는 291만원으로, 월평균 영업이익(281만7000원)을 초과했다.

소공연은 입장문을 통해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며 “소상공인의 나홀로 경영을 더욱 심화시켜 결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대폭 사라지게 하는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외식업계 고통이 예상된다. 업종별 자영업자 통계는 없지만,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현황을 보면 일부 추세를 볼 수 있다. 외식 가맹점은 2021년 역대 최대로 늘어 17만개에 육박했지만, 평균 매출은 오히려 하락했다.

공정위 2022년 가맹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국의 외식 가맹점 수는 16만7455개로 2020년 대비 23.9% 증가했다. 증가율도 가맹점 숫자도 2013년 통계 작성 이래 모두 최대였다.

세부 업종별로 보면 한식 가맹점이 3만6015개로 39.8% 늘었다. 치킨 가맹점 수(2만9373개)를 제쳤다. 치킨 가맹점 수는 13.6% 늘었다. 커피 가맹점 수는 2만3204개로 30.0% 증가했다. 피자 가맹점 수도 8053개로 14.7% 늘었다.

그러나 평균 매출은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피자(-6.5%), 한식(-6.0%), 치킨(-2.2%) 등의 순으로 하락률이 높았다. 가맹점 평균 매출액이 1억원 미만인 브랜드의 비중은 치킨(30.0%), 한식(15.8%), 커피(28.7%), 제과제빵(20.7%), 피자(13.9%) 등이다.

※‘경제 핫&딥’은 경제 상황과 경제 정책 관련 현안을 보다 깊고 쉽게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경제 상황 진단과 전망은 물론 정책에 담긴 의미와 긍정적·부정적 여파를 풀어서 씁니다. 부작용이 있다면 대안을 제시하고, 또 다양한 의견을 담겠습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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