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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차 연차 25일, 사원증 지급” ‘MZ 쌀국숫집’의 구인난 극복법 [푸드360]
쌀국숫집 미미옥 직원들의 워크숍 모습 [로프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2년차는 연차가 20일, 3년차는 25일이에요. 오전 7시 출근 조는 오후 3시 퇴근 후 저녁에 친구랑 놀 수 있고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슬랙(slack)’으로 소통합니다. 퇴근 시간 이후엔 ‘알람’이 안 와요. 자동으로 꺼지거든요.”

IT업계의 얘기가 아니다. 미미옥(쌀국수), 버거보이(햄버거) 등 3개 식음료(F&B) 브랜드, 5개의 식당을 운영하는 업체 로프컴퍼니(2020년 설립)의 이야기다. 20~33세의 직원 70여 명이 모인 이 회사의 근속 연수는 약 2년이다. 통계청에 따른 청년층(15~29세)의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인 18.8개월보다도 5개월이나 길다. 이들의 주된 근무지는 ‘식당’이다.

평균 근속연수 2년, ‘식당=회사’…MZ 직원 모인 쌀국수집 미미옥 ‘비밀’

로프컴퍼니의 사례는 구조적인 구인난으로 허덕이는 외식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젊은 직원이 나가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쌀국숫집 미미옥 직원들은 커뮤니케이션 툴인 ‘슬랙(slack)’을 이용해 소통한다. 화재 관련 한 팀원의 공지(왼쪽)와 근무 수칙에 대한 소통 예시. [로프컴퍼니 제공]

13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한 안건후(27) 미미옥 브랜드매니저는 주방 아르바이트생으로 시작해 3년째 외식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는 본사인 로프컴퍼니의 팀장으로 승진해 브랜드를 총괄하는 일로 업무가 확장됐다. 근속 1년 시 5일이 추가되는 사내 규정에 따라 그의 한 해 연차는 25일이다. 보통 3년차 직장인이라면 기본 연차(15일)에 하루가 더해진 16일 정도가 일반적이다.

1년마다 연차 5일 추가…기회·소속감 부여, ‘직원’ 중심

식품업계 박람회에 가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구인난’과 디지털화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2021년 9월 전국 외식업주 2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4.9%가 ‘인력난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장기화된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상황과 열악한 노동 환경, 인구 감소까지 더해져 외식업계는 점점 더 외국인 근로자와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안 매니저는 미미옥에서 홀 서빙, 주방 일 등도 여느 식당이 그러하듯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일하는 쌀국숫집은 기회, 소속감,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우선 직원의 휴식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외식업체의 경우 영업을 잠시 쉬는 ‘브레이크타임’에 손님이 빠져 나간 매장 또는 손님 대기실에서 쉬는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미미옥은 매장과 별도의 다른 건물에 침대 등이 놓인 직원 휴게실을 마련했다. 근무지와 분리된 공간에서 온전히 쉴 권리를 보장하는 취지에서다.

쌀국숫집 미미옥 직원들의 단체 사진 [로프컴퍼니 제공]
카톡은 쓰지 않아…MZ 직장인 툴 ‘슬랙’으로 소통

로프컴퍼니는 쌀국수 가게, 햄버거 가게가 근무 공간인 직원이 ‘회사’에 다닌다는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주방·홀 근무자 등 모든 정직원은 사원증이 있다. 사원증으로는 제휴업체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3년차 이상 직원에게는 교통비를, 4년차 직원에게는 통신비를 지원한다.

직원들이 개인별로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도록 근무 시간에도 변화를 줬다. 직원이 하루의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매장에서만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직장인이자 사회인으로서 매장 일 외에도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넓게 제공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철학이다. 미미옥의 팀장·부팀장이 회사의 지원으로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해 퇴근 후 MZ세대로 이뤄진 막걸리 커뮤니티를 이끄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근무 환경은 MZ세대, 나아가 외식업계 인재의 이탈에 대해 로프컴퍼니와 임직원들이 오래 고민한 결과다. 본인 또한 MZ세대인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는 “이 세대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고민했을 때 ‘돈’만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저는 이들이 멋있는 라이프스타일(삶)을 추구하는 한 명의 개인이라는 점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진행된 삼성웰스토리 주최 ‘2023 푸드페스타’의 한 강연에서 로드컴퍼니가 심화되는 구인난에 대응한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김희량 기자
쌀국숫집 미미옥 직원들이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사람이 미미옥을 운영하는 로프컴퍼니의 박재현 대표. [로프컴퍼니 제공]
“MZ세대 직원들, 멋있는 삶 사는 개인으로 지원”

공지사항이나 피드백을 전달해야 하는 디지털 소통에서는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다. 직원의 일상을 침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스타트업 등에서 많이 쓰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툴인 슬랙을 쓴다. 생일을 축하하거나 지역 사회에 있었던 주요 사안 등을 공유한다. 그런데 퇴근 이후에는 이 알람은 울리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지속적인 피드백도 로프컴퍼니의 직원들이 꼽은 장점 중 하나다. 이들 업체는 2~3주에 한 번씩 자기 평가표를 작성한다. 직원 스스로 본인의 컨디션을 챙기고 회사도 직원의 상태를 알기 위해서다. 평가 항목은 업무 수행 능력·근무 자세·발전 가능성이다. 박 대표는 “대인관계 점수가 낮다면 팀원 간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면담 등을 통해 피드백을 주거나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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