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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감히 우리 아파트에 들어오려고?…불법 펜스 두른 강남 고급단지 [부동산360]
디에이치아너힐즈, 무단 펜스 설치해 위반건축물 등록
당시 재건축조합장은 경찰에 고발돼 벌금형 선고
개포래미안포레스트·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도 무단 펜스 설치
아너힐즈 주민 “외부인들 때문에 평안한 주거환경 불가능”
개포자이프레지던스도 담장 설치 고민중
지자체 강력한 대책마련 필요하다는 지적도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출입구. 아파트 출입증이 있어야 단지를 드나들 수 있다. 서영상 기자

[헤럴드경제=서영상·이준태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가 외부인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불법 담장(펜스)을 설치해 위반건축물로 등록되고 이를 3년째 시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펜스 무단 설치는 해당 아파트뿐만 아니라 인근 개포동 단지들에서도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은 최근 현장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처분 수위를 놓고 고민 중이다.

13일 헤럴드경제가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건축물 대장을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2020년 5월 철제 담장 759m가 무단 증설된 사실이 발견돼 위반건축물로 등록됐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당시 수차례 시정을 촉구했으나 위반사항이 계속됐다”면서 “결국 당시 재건축조합장을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법원에 확인 결과, 무단 증축을 주도한 당시 조합장은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까지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주택관리법상 공동주택을 증축·개축·대수선하는 때는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행강제금은 부과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건축법상 위반건축물이어야 하는데 펜스의 높이가 2m를 넘지 않아 건축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공동주택 관리법의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불법 펜스가 설치된 곳은 디에이치아너힐즈뿐만이 아니었다. 취재 과정에서 인근 개포래미안포레스트와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도 담장 무단 증축 사실이 확인됐다. 구청 관계자는 “담장 증설 관련 민원이 접수돼 위반 사실을 확인했고, 이행강제금 부과·고발 조치 등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출입구에 펜스를 쳐서 출입을 막고 있다. 서영상 기자

해당 아파트들은 과거 정비계획 설립 당시부터 개방형 아파트로 허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개방형 아파트는 울타리나 벽 따위로 내부와 외부를 나누지 않아 사방으로 열려 있는 아파트를 뜻한다. 주변 주민의 보행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대부분의 재건축사업지가 허가를 받는 방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큰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정비사업에서 개방형 아파트로 허가를 내주는 것은 아파트를 사이에 두고 동네들이 나눠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면서 “대부분 정비사업지들은 건축인허가 당시부터 담장을 설치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설계해온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단 펜스 설치는 정비사업을 허가해준 지차체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해당 아파트들은 반박하고 나섰다. 디에이치아너힐즈의 경우 지하철역에서 내려 대모산으로 향하는 동선 중간에 위치해 등산객들의 잦은 출입으로 몸살을 앓았다고 해명했다.

디에이치아너힐즈 한 입주민은 “대모산을 등산하러 오는 사람들로 주말이면 아파트가 유원지를 방불케 했다”면서 “아파트 수로에 등산화를 씻고 단지 테이블에서 음식을 시켜 술까지 마시면서 쓰레기를 남기고 가는 행태가 반복됐다. 출입을 막지 않고서는 평안한 주거 환경이 불가능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래미안블레스티지 아파트 주민도 “펜스 설치는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면서 “구축단지 주민들이 자기들 아파트는 지상으로 차가 다니니 지상에 차가 없는 우리 아파트로 개산책을 시키러와 배설물을 치우지도 않고 떠나고, 3건의 강도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무단으로라도 담장 설치를 강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펜스가 설치된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위), 일반적인 개방형 아파트 형태의 펜스가 처져 있지 않은 개포래미안프레지던스(아래). 서영상 기자

개포동에서 앞선 세 아파트가 무단 펜스를 설치하자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자이도 담장 설치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개포프레지던스자이 입주민단체 SNS에는 “외부인들의 출입이 너무 빈번해 담장 설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23일부터 일명 ‘워터파크’로 불리는 물이 나오는 놀이터까지 운영을 시작하면서 인근 구축 단지 아파트주민이 들어와 시설을 무단으로 이용하고 소음 피해마저 심각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개포프레지던스자이 내에 자리 잡은 ‘푸른바다의 고래 놀이터’(물놀이터). 오후 2~5시까지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서영상 기자

개포프레지던스자이가 아직 준공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 보니 준공 허가를 받고 나서 담장을 무단으로라도 설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지자체의 더욱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단 펜스를 설치해 위반건축물로 등록해도 아파트에서 이를 시정하지 않았을 때는 강제 철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 재건축 전문변호사는 “아파트는 사적 재산의 성격도 있지만 도시계획의 측면에서 따졌을 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무단으로 진출입을 막는 아파트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경우 일반 보행자들의 동선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는 만큼 위법사항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에는 이를 원상회복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평온·안전해야 할 주거가 외부인들의 잦은 출입으로 위협받는 주민의 심정도 이해된다”면서 “공동체 일원으로서 적정한 에티켓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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