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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 넘은 ‘전기 알박기’ 전기가뭄 심화
전기공급 허가받은 땅, 웃돈 붙여 되팔기
신청 급증하지만 정작 전력 자급률 바닥
전력 확보시 토지주 ‘갑’...제재수단 없어

“요즘은 부동산 시장에서 전기가 ‘알박기’ 같습니다. 데이터센터 등을 짓겠다며 전기 공급 허가를 받아놓고 실제로 착공하는 게 아니라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한다는 겁니다. 웃돈을 얹어 팔고 단순히 건축 관계자 변경 신청만 하면 끝나는 겁니다. 이렇게 돈 버는 방법도 있다는 걸 들으니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시행사 관계자)

최근 부동산 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장이 전력난을 겪는 결정적 원인 중 하나로 ‘전기 알박기’ 행태가 지목되고 있다. 최근 수도권에 ‘전기 먹는 하마’인 데이터센터 설립이 집중되면서 전력 신청이 폭증하자 이를 노리고 미리 전기 공급 허가를 받아 놓고,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하는 행태도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의 증가세는 심상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147개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는 1.76GW다. 데이터센터의 입지는 60%, 전력 수요의 70%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역별 전력자급률(전력 생산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것)을 보면 중부권, 호남권, 영남권 등은 전력자급률이 100%를 넘는다. 반면 국내 전력소비의 3분의 1을 넘게 사용하는 수도권의 경우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10%를 간신히 넘기고, 경기 지역은 약 60% 수준이다.

문제는 이같은 수도권 전력난이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산업부 집계에 따르면 IT업계는 2029년까지 국내 732개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지을 계획인데, 이 중 82% 수준인 601곳이 수도권 입지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방 분산을 위해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전기요금 할인 등 지원을 강화키로 하고, 전기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은 데이터센터에 전력 공급을 거부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공사 비용, 향후 시설 매각 시 가치, 고객사 및 직원들의 수도권 선호 등을 고려해 데이터센터 수도권 입지 선호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일반 수익형 부동산 개발사업은 상황이 더 어렵다. 데이터센터 수준의 지방 분산 인센티브를 받는 것도 아닌 데다, 분양 성적을 고려해 더욱 수도권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전기 알박기’는 이런 구조적 상황에서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일단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전기 사용을 미리 신청해 공급 허가를 받고, 해당 부지에 ‘전기 프리미엄’을 적용해 사업권을 매각하는 방식이다. 변전소 용량이 부족해질수록, 전력을 확보한 토지주가 ‘갑’이 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 이에 향후 민간 개발 사업자들이 공급 받을 전기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축법상 건축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2년 또는 착공 연기 기한 내 공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건축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며 “이를 ‘2년 안에만 착공하면 된다’고 판단하고, 해당 기간에 전기 알박기 웃돈을 얹어 팔고 나가려는 업체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프리미엄을 노리고 허가를 받아 사업자가 변경되는 전기 알박기를 사전에 파악하거나 제동을 거는 것 또한 불가능한 현실이다. 한전 입장에선 사업자가 바뀌더라도 예정 시기에 해당 사업장에 전기 공급을 하는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땅 주인들이 한 몫 챙기기 위한 의도로 미리 전력을 확보하더라도, 허가권자 및 전기판매업자가 이를 파악하거나 제동을 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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