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습기자 청약 도전해보니..."20대 미혼, 이 속도면 17년 후에나"
생애 첫 청약신청 해보니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 이틀간 2만9000명 접수 몰려
청약 접수부터 ‘막막’…소득산정 기준 자세한 설명 아쉬워
30세 미만·부양가족 0명으로 총점 10점대 불과
30세 미만과 부양가족 0명, 청약통장 개설기간에 따라 청약가점 총점 11점이 나왔다. [청약홈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박자연·이준태 기자] 30대 미만 무주택자이자 사회 초년생인 기자는 지난 2019년 청약통장을 개설해 이후 꾸준히 매달 10만원씩 저축해 오고 있다. 이달까지 모두 51번을 납부했다. 하지만 매달 기계적으로 자동이체가 되고는 있지만, 그동안 아파트 청약을 고민한 적은 없었다. 청약 가점이 무엇인지, 청약 통장을 얼마나 유지해야 1순위가 되는지 배경지식도 전무했다. 이에 부동산 취재를 시작하며 경험도 쌓고, ‘내 집 마련’의 첫발을 내딛는 심정으로 난생 처음으로 주택 청약을 시도해봤다.

민간분양 청약신청 홈페이지 로그인 화면. [청약홈 홈페이지 캡처]

기자는 청량리 인근에서 학교를 졸업한 이후 일대 거주 중이다. 그래서 최근 청량리와 이문·휘경 뉴타운 재분양 소식에 더욱 눈길이 갔다. 마침 이달 10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청약 포문을 연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이 이번주 청약을 한다기에 도전을 결심했다. 이 단지는 이번 일반분양에 총 173가구가 나왔다.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 조감도. [롯데건설 제공]

지난 10일, 청약홈 사이트에 들어갔다.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는 민간분양 아파트로 청약홈을 통해 청약할 수 있다. 이번에 안 사실이지만, 주택의 형태에 따라 청약 사이트가 달랐다. 공공분양 청약의 경우 LH청약센터 등을 이용해야 한다. ‘초보 청약자’들에게는 이같은 청약 시스템 분산이 접근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청약을 시도한 20대 김모씨도 “청약통장에 돈을 넣고 있지만 공공임대주택은 LH, 행복주택은 각 지역 도시공사에서 운영하는 청약사이트, 일반 아파트는 청약홈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면서 “블로그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스스로 찾아야하는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국세청 환급금 조회 서비스처럼 접근성이나 이해도를 높이고 청약 사이트도 일원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격 청약 신청에 앞서 우선 특별공급에 해당되는지 여부부터 살펴봤다. 당초 아파트 민간분양에 청년 특별공급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난 2021년부터 신혼부부와 생애 최초 특공물량의 30%를 소득 기준과 관계 없는 추첨으로 변경해 청년에게도 길이 열렸다고 한다.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 일반분양 물량 173가구 중 신혼부부는 31가구, 생애최초는 15가구로 배정돼 있었다. 여전히 절대적인 수가 적게 느껴졌다. 인기 있는 신축 아파트 단지가 왜 ‘로또 청약’이라 불리는지 직감적으로 체감이 됐다.

특별공급 대상인지 알아보는 과정에서 또 한번 위기가 왔다. 소득산정 기준이 헷갈렸기 때문이다. 생애 최초 청약에 신청하는 경우 1인 가구는 3인 이하 가구로 책정하게 되는데 사이트에는 3인 이하 소득기준이 130% 이하(월 846만2288원)만 기재돼 있었다. 1인 가구도 846만원 안에만 포함되면 되는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청량리 롯데캐슬 입주자모집공고 정보. [청약홈 홈페이지 캡처]

특별공급 대상인지 파악하기 어려워 다음날 1순위를 신청하기로 했다. 일반 1순위는 청약통장 개설 기간 1년 이상, 예치금 300만원 이상이 있으면 가점제(40%)인 1순위 분양을 신청할 수 있다.

가점 산정 과정을 진행해보니 가점 산정 기준에서 연령과 처분일에 따라 착오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가점은 만 30세부터 계산하고, 처분일이 늦을 경우 처분일부터 산정된다. 또 가점 산정은 만 30세부터 되지만, 그 이전에 주택 매매기록이 있다면 무주택 기간이 길더라도 생애 최초로 넣을 수 없다.

부양자 수나 무주택 기간 기입을 잘못해 당첨됐을 경우 1년 간 청약접수가 제한된다. 이에 기자는 신중을 기하며 체크란을 누르고 숫자를 기입했다.

청약 접수 과정이 개선되고 간소화되면서 청약 신청에는 불과 5분 가량이 소요됐다. 총점은 30세 미만 무주택(0점)과 부양 가족수 0명에 따른 기본점수 5점, 청약통장 개설기간(4년5개월) 6점으로 모두 합해 11점이 나왔다. 점수를 보니 ‘30세 미만’, ‘1인 가구’에겐 내집마련 청약이 여전히 먼 이야기로만 느껴졌다.

얼마전 동작구 수도방위사령부 부지 공공분양 청약 일반공급(우선공급) 당첨선이 가점 59점, 청약저축 납입 당첨선은 2550만원이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2500만원 납부까지 현재 속도로 계산하면 17년 정도 남았다. 그때면 내나이 40중반 중년이다.

청약을 마친 다음달 전해진 소식은 실망감을 넘어 허탈감을 안겼다. 경쟁률이 어마어마했다.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는 특별공급에만 7879가구가 몰려 경쟁률 92.69대 1을 나타냈다. 생애 최초는 15명을 모집했는데 5973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398.2대 1로 나왔다. 기자가 넣은 1순위 청약은 올해 전국 1순위 청약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88가구 모집에 총 2만1322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이 242대 1이었다. 취재 경험상 시도한 청약이었지만, 씁쓸한 마음이 남았다. 다음 기회를 기약해봐야겠다.

Lets_win@heraldcorp.com
nature68@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