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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 '9800원'하면, 외식업체 키오스크가 줄까요?[김용훈의 먹고사니즘]

식당에서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 손님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종업원 없는 ‘무인매장’이 늘고 있습니다. 음식을 주문받던 ‘사람’ 대신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 무인단말기)’를 통해 주문을 받는 외식업체가 크게 늘었고, 서빙을 대신하는 ‘로봇’도 이젠 새롭지 않습니다.

“최저임금 올리면 종업원 안쓰고 키오스크 쓴다”

이 무인 키오스크가 2024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제11차 전원회의에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의 류기정 전무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수치로 명확히 측정하기가 어려울 뿐이지, 주위에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통계적으로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고 외식업체의 키오스크 사용률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실제 조사된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이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서빙로봇 [헤럴드경제 DB]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018년 398만7000명에서 2022년 426만7000명으로 28만명(7.02%) 늘었습니다.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고도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키오스크나 로봇의 덕분으로 보입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체경영실태조사’를 보면 외식업체의 무인주문기(키오스크) 사용 여부에 대한 ‘예’ 응답률은 2020년 3.1%에서 2021년 4.5%, 2022년 6.1%로 늘었습니다. 아마 2023년에는 더 늘었죠. 설치에 목돈이 들어가겠지만 높은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키오스크나 로봇을 쓰는 게 이익을 남기는데 더 보탬이 될 것 같습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요식업 분야의 키오스크 운영 대수는 2019년 5479대에서 지난해 2만1335대로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이명로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자동화가 미숙련근로자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여성 고령층 등 상대 취약한 계층에 대한 고용축소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최저임금 고율인상 시 인건비 부담에 따른 고용 저하를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최저임금이 부담돼 키오스크를 쓰는 이들이 늘어나면 외식업체 종업원 등 미숙련근로자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경영계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최저임금 9800원이라면, 키오스크 안 쓸까?

GS25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로봇 분야로 선정된 폴라리스 쓰리디와 손잡고 수도권 9천여개 매장에서 AI 자율주행 서빙로봇 이리온을 판매한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GS25 DX LAB점에서 시범 운행 중인 이리온. [연합]

그러나 최저임금을 ‘1만원 이하’로 유지한다고 키오스크 설치를 고민했던 자영업자가 키오스크 대신 직원을 채용할까요. 키오스크 설치 비용은 대당 600만~1200만원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2024년 최저임금이 노동계 요구대로 최저임금 시간당 1만2000원이 됐다고 가정하면, 하루 8시간 일했을 때 직원 1명의 월급은 주휴수당을 포함해 250만원이 넘습니다. 직원 1명을 석 달만 고용하지 않으면, 키오스크를 구매하고도 금액이 남죠. 하지만 최저임금이 1만원 이하인데도 키오스크 설치를 늘리는 사장님들이 많다는 건, 지금도 키오스크가 ‘수지타산’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겠죠.

키오스크나 서빙로봇은 ‘기술의 진보에 따른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으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보편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겠죠. 실제 키오스크는 서울 뿐 아니라 세종시 같은 ‘시골(?)’에서도 ‘일상’이 됐습니다.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이 모여있는 정부세종청사 남측 버스정류장 근처 KT&G 건물 3층에 위치한 ‘하노이별 세종점’은 자리에 앉아 주문부터 카드계산까지 한번에 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있습니다. 금강 건너 새롬동에 있는 ‘명륜진사갈비 세종새롬점’과 세종시 어진동 홈플러스 지하에 있는 ‘애슐리퀸즈 홈플러스 세종점’에는 빈 그릇을 수거하는 로봇 점원이 있죠.

최저임금을 ‘1만원 이하’로 유지해 기술의 진보를 막자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물가가 턱 없이 올라 시장경제를 표방한 정부조차 ‘보이는 손’으로 ‘라면값’을 조정하는 지경입니다. 물가를 끌어올렸던 국제유가, 이상 고온과 가뭄, 대외 요인이 또다시 악재로 작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물가 불안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지난달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4.1% 올라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키오스크와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미숙련근로자들을 위한 결정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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