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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서도 비보호 예금 ‘뱅크런’ 지속…“은행 위기는 현재 진행형”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미국 지역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은행업 전체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며, 소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한 예금 이탈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추후 예고된 경기침체에 따른 부실 위험이 예고되는 은행들의 비율도 낮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은행 위기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8일 KB금융지주 KB경영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미국 은행의 불안 요인과 취약성 점검’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지역은행들은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뱅크 폐쇄 이후 급격한 예금 이탈과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 위험 등 취약 요인에 시달리고 있다.

KB금융지주 KB경영연구소 ‘최근 미국 은행의 불안 요인과 취약성 점검’ 보고서 발췌.

실제 올 초 발생한 SVB 사태는 미국 금융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월 미국 지역은행의 주가는 2월 대비 평균 40%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발생한 SVB 사태로 금융산업, 특히 지역은행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금융산업 전체 주가 또한 3월부터 5월까지 약 1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에 대한 불신은 주가에만 반영된 게 아니었다. 특히 SVB와 같은 지역은행의 부실 및 파산 우려가 지속되며 예금 이탈이 가속화됐다. 미국 은행 예금은 2022년 1분기 19조9000억달러를 고점으로 해, 4분기 연속 감소했다. 올 1분기 예금은 고점 대비 6%(1조2000억달러) 감소한 18조7000억달러로 집계됐다.

KB금융지주 KB경영연구소 ‘최근 미국 은행의 불안 요인과 취약성 점검’ 보고서 발췌.

특히 예금자보호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비보호 예금의 감소폭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SVB 사태의 학습 효과다. 실리콘밸리은행의 고객 예금 96%는 예금자보호 한도인 25만달러를 넘었다. 지역은행 위기의 파급 경로 중 하나로 비보호 예금이 지목되며, 대형 은행 또는 머니마켓펀드(MMF)로 예금이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 대출 포트폴리오가 특정 영역에 집중된 은행이 많아, 부실 위험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특히 주거용 또는 상업용 모기지 비중이 총대출의 50%를 상회하는 은행이 전체의 2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용 모기지 비중이 70% 이상인 은행도 295개 사에 달했다. 추후 예상되는 경기침체 등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이들 은행의 부실 및 파산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KB금융지주 KB경영연구소 ‘최근 미국 은행의 불안 요인과 취약성 점검’ 보고서 발췌.

다만 보고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위기 대응 능력이 개선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1분기 미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총자본 비율은 15.1%로 2007년(12.8%)과 비교해 2.3%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부 또한 최근 문제가 되는 은행을 신속히 폐쇄하거나 인수 절차를 진행하는 등 위기 확산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등 특정 영역에 대한 부실이 발생할 경우 다수 은행이 문을 닫고, 일부 중대형 은행의 부실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승훈 KB경영연구소 금융경제연구센터장은 “위기 대응능력이 약화된 상황, 향후 부동산가격 하락과 경기침체가 심화될 경우 적어도 500개 내외의 미국 중소형 은행들이 위험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작은 규모의 은행 실패가 지속되며 ▷경기부진 장기화 ▷위험회피 심리 지속 ▷선제적 금리인하 가능성 하락 등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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