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우 대구은행장이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콘퍼런스홀에서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연내 시행될 예정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과정에서 지방은행으로서 구축된 이미지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럼에도 사명 변경에 대해서는 “무 자르듯이 되지 않는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6일 대구 수성구 수성동 대구은행 제1 본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황 행장은 시중은행 전환의 가장 큰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대구은행은 지방은행에 맞춤형’이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하면 시중은행처럼 전환할 수 있을지, 그 부분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당분간 디지털금융 브랜드인 ‘IM(아이엠)뱅크’를 활용한 이원화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DGB라는 그룹 브랜드도 대구·경북을 의미한다는 인식이 강하고, 이로써 해당 지역 내에서 강한 로열티를 갖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미 서울 지역에서는 IM뱅크라는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사명 변경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콘퍼런스홀에서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김광우 기자.

황 행장은 포스코로 거듭난 포항제철의 사례를 들며, 사명 변경에 대한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포항제철은 포항지역 기업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해외영업이 늘어나고 비중이 커지며 사명이 바뀐 케이스”라며 “대구은행도 이미 글로벌 기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고, 규모가 늘면 어느 시점에 자연스럽게 사명 변경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시중은행들과의 ‘차별점’을 묻는 질문에는 ‘중소기업 금융’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찾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시중은행들은 비교적 신용이 좋은 1~4등급 고객을 주로 취급한다면, 대구은행은 1.5금융과 같이 4~6등급 고객을 취급하고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까지는 수도권 지역에서 제한적인 영업을 했지만, 4~6등급 지역 차주들을 대상으로 쌓아온 ‘관계금융’ 전략으로 수도권을 파고들 것”이라며 “정보 비대칭성을 극복해 온 능력을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면 시중은행과 겨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병우 대구은행장과 임원들이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콘퍼런스홀에서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진행한 뒤 참석자들에 인사를 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강원·충청 등 거점 지방은행이 없는 권역에서는 전문인력을 활용해 기업금융 영역을 키우겠다고 언급했다. 황 행장은 “2~30년 전에 시중은행화했다면 수십 개의 점포를 내야 하겠지만, 현재는 디지털금융으로 감당할 수 있다”며 “기업금융영업전문가(PRM) 거점점포를 활용한 영업으로,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대구은행장을 지내던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수도권 진출 방안 중 하나로 PRM 영업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이미 수도권 네트워크를 확보한 시중은행 퇴직자를 영업전문가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PRM 도입 이후 3년간 대구은행의 수도권 지역 기업대출 증가율은 33.6%에 달한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콘퍼런스홀에서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김광우 기자.

한편 황 행장은 시중은행 전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증자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시중은행 전환을 계기로, 주주들에게 향후 비전을 어필할 수 있다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주가가 오를 수 있다”며 “현재 적정주가가 1주당 2만5000원 정도인데, 아직 대구은행의 미래를 시장이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정주가) 수준까지 갈 수 있다면 증자를 통해서도 자본을 충당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DGB금융지주 주가는 1주당 730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