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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바이재팬’…엔화예금, 일본 증시에 ‘엔테크족’ 몰린다[머니뭐니]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김광우 기자] 8년 만의 역대급 ‘엔저’에 엔테크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쌀 때 사자’는 심리에 엔화 환전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일본 증시 또한 33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금융사들 또한 일본 시장의 매력도가 당분간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일본이 장기 불황을 겪어온 만큼 기업들의 체질 개선 폭이나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 등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엔화예금, 보름 만에 1100억엔 늘어…“분할매수로 손실 줄여야”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엔화예금 잔액은 약 8109억7000만엔으로 지난달 말(6978억6000만엔) 대비 16% 증가했다. 엔화예금 잔액은 올 1월 7237억엔에서 4월 5787억6000만엔까지 떨어졌다가 5월을 기점으로 다시 급증하고 있다.

엔화예금 수요가 늘어난 건 원/엔 환율 하락으로 인해 쌀 때 쟁여두자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 19일 장중 900원선 아래로 떨어지며 8년 만에 800원대에 진입했다. 일본이 ‘나홀로 돈 풀기’ 정책을 유지하면서 긴축정책을 펼친 미국 등 타 국가들과 벌어져 온 탓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일본은행 단기금리를 마이너스(-)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한 상태다.

1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지난 5월 4대 은행의 엔화 환전액 또한 300억엔을 돌파, 1년 전 62억엔과 비교했을 때 약 5배가 급증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한남동금융센터 PB팀장은 “자산가들은 거액으로 엔화를 매수한 사람들이 많고, 최근에는 직접 엔화에 대해 묻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엔화 자체가 저점이다 보니 관심을 갖는게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자가 거의 없고 환율에 따라 모든 수익이 좌지우지되는 엔화예금의 특성상, 분할매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예년 추이와 비교했을 때 산술적인 환율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들어가야 할 타이밍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면서도 “추이를 보며, 투자액을 나눠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엔저’에 주목받는 일본 증시…“환손실 가능성도 고려해야”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연합]

엔저 열풍과 함께 일본 증시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지난 19일 3만3370.42에 마감했다. 연초 대비 최근 지수의 상승률만해도 30% 수준이다. 닛케이225지수가 3만3000 포인트를 넘긴건 1990년 7월 이후 약 33년 만이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국내 공모 일본 주식형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6.83%로 집계됐다. 최근 한 달 유입금액은 103억원이다. 절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최근 1년간 3억원의 자금이 들어온 것을 고려하면, 자금 유입이 재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정열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긴축적인 금융환경인 주요국과 달리 일본은 엔화약세 기조로 일본 내 수출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확대 중”이라며 “최근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또한 내수 경기회복의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이 반도체 사업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고,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 내 신규투자를 발표하고 있어 자산가격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1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 설치된 비행 스케줄 스크린에 일본행 항공편 정보가 띄워져 있다.[연합]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증시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으니 이제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지 지켜봐야 할 때”라며 “외부 상황에 의해 인플레이션으로 한 발짝 내디뎠으니, 임금 및 소비자 물가 상승에 따라 기대인플레이션이 2% 이상에 안착하면서, 디플레이션 탈출이 이어질지도 변수”라고 말했다.

이같은 호재에도 무조건적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 증시가 오른 만큼 관련 주식형펀드 등 매력이 단기간에 있을 수 있지만, 본질적인 요인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애널리스트는 “일본 증시는 분명 기저효과로 인한 상승, 구조적인 변화에 따른 기대가 있다”면서도 “과거 30년 불황을 거치며 일본 기업들이 소위 대차대조표만 불리는 현금성 자산 축적에 집중해왔기 때문에, 이를 투자로 옮기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증시가 올라도 엔화 향방에 따라 환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일본 관련 주식 등에 투자를 하더라도 반드시 헤지(위험 분산)를 하기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lucky@heraldcorp.com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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