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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값 내려도 부담” 라면업계 고민
원자재가격 8개월전보다 50% 내려
정부 서민부담 이유로 인하 권고
업계 “가격인하 등 다각적 검토”
정부의 ‘권고’에 라면업체들은 라면 가격 인하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최근 서울 한 대형 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연합]

대표적 ‘서민 음식’인 라면값이 부분적으로 소폭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가격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면서, 라면업계가 “국민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다만 라면업체들은 올해 들어 가까스로 회복한 수익성이 다시 악화되지 않을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라면업체들은 금주 관련 회의를 열고 현재 가격 인하를 고민하거나 검토 중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서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농심과 오뚜기도 다방면으로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근 가격 인상 폭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라면 값이 소폭 떨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되는 이유다.

▶라면업계 “국민 부담 경감 방안 검토”...‘수익성 악화’ 고민도=추 부총리는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 라면값이 크게 인상된 데 대해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에 비해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하락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면업계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제품 가격을 인하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가격을 내린 적이 없다. 지난해 9월부터도 라면 가격을 대폭 올렸다. 업체별로 ▷농심 평균 11.3% ▷오뚜기 11% ▷팔도 9.8% ▷삼양식품 9.7%의 인상률을 적용,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당시 업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은 밀가루, 팜유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설명을 붙였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6월 기준(4개입) 오뚜기가 생산하는 ‘참깨라면’은 4680원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2180원 올랐다.

삼양식품이 만드는 ‘삼양라면’과 ‘맛있는라면’은 3840원과 4980원으로 역시 전년 대비 각각 860원·500원 인상됐다. 농심이 생산하는 ‘무파마탕면’과 ‘오징어짬뽕’도 4580원·4800원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700원·600원 올랐다.

제품 가격 인상 효과가 일부 반영되면서 올해 1분기 국내 라면시장은 증권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매출 1위 농심이 대표적이다. 농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63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85.8% 급증했다. 오뚜기 역시 1분기 영업이익(653억7100만원)이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밀 매입 가격, 소비자가격 반영할 때 ‘시차’...3~9개월 걸려”=다만 원료비, 물류비, 인건비 등 생산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위한 라면업계의 고심도 깊다. 최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배경은 ‘K-푸드’ 열풍이 강한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국제 밀 가격이 최근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평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도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은 치킨, 버거 등 다른 식품에 견줘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면서 “100~200원 인상에도 소비자의 체감이 큰 품목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해외 시장 겨냥을 위한 현지화 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밀 수입 가격은 지난해 9월 t당 49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2월 기준 t당 449달러로 떨어졌으나, 평년(283달러)과 비교하면 1.6배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밀을 사들이는 가격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3~9개월가량 시차가 발생한다”며 “밀 가격이 내려도 식품회사가 적용하는 공급가를 바로 조정하기 힘들다”라고 털어놨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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