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냉면집의 평양냉면. 김희량 기자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서민음식으로 알려진 외식 메뉴인 김밥·자장면 가격이 최근 5년 사이 40% 넘게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여름 별미로 떠오른 평양냉면도 무려 1만5000원을 넘어섰다.
19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가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지난달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5년 전인 2018년에 비해 평균 28.4% 상승했다.
상승률이 가장 큰 품목은 김밥이었다. 2018년 5월 2192원이었던 김밥 가격은 5년 만인 지난달 기준 3200원으로 46% 비싸졌다. 두 번째로 상승폭이 큰 품목은 자장면으로 같은 기간 4923원에서 6915원으로 40.5% 올랐다.
칼국수(6731원→8808원)와 김치찌개백반(6000원→7846원)은 각각 30.9%, 30.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 붙여진 가격 인상 관련 안내문. 김희량 기자 |
같은 기간 다른 품목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각각 ▷냉면 24.6%(8769원→1만923원) ▷비빔밥 21,6%(8385원→1만192원) ▷삼계탕 16.7%(1만4077원→1만6423원) ▷삼겹살 16.1%(1만6489원→1만9150원·200g 환산 기준)나 됐다.
8개 외식 품목 중 지난달 기준 1만원 내에서 먹을 수 있는 외식 메뉴는 ▷김밥 ▷자장면 ▷칼국수 ▷김치찌개백반, 4가지에 그쳤다. 2018년에는 냉면과 비빔밥이 포함돼 6가지였다.
외식 물가 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곡물 가격 불안정에 전기료·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이 겹친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지수는 117.43(2020년=100)으로 전월(117.15)에 비해 0.2% 올랐다. 2020년 12월 이후 30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대비 6.9% 상승한 것으로,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3.3%)의 2배가 넘는다. 외식 물가 상승은 전체 물가상승률을 0.9%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 이후 전체 물가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수기를 앞두고 여름 대표 음식인 냉면 가격 또한 상승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유명 평양냉면집은 100% 메밀로만 만든 냉면 가격을 지난해 1만4000원에서 올해 1만5000원으로 7.1% 인상했다. 미쉐린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서울 중구의 한 평양냉면집의 냉면 한 그릇 가격은 현재 1만6000원이다.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서울 10개 지역의 음식점 10곳의 대표적인 냉면 가격을 조사한 결과, 냉면값은 지난해 대비 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18년에 비해서는 29.5%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이들 식당의 냉면 평균 가격은 8300원 수준이었지만, 2021년 9150원, 2022년 1만50원으로 급격히 올랐다. 올해에는 1만750원을 기록한 상태지만, 아직 한 해의 절반가량이 남은 만큼 추가 인상도 가능하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냉면집 메뉴판. 지난달 기준 이곳의 평양냉면 가격은 1만5000원이다. 김희량 기자 |
한국물가정보는 냉면 가격 상승 원인으로 주재료인 메밀 가격 상승을 짚었다. 올해 국산 메밀 1㎏ 가격은 1만원선으로 지난해에 비해 53.8% 올랐다. 2018년 6500원대를 유지했던 국산 메밀 1㎏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높아졌다. 그러나 올해 대체재인 수입 메밀의 가격도 평년 대비 40%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최근 수입 메밀 가격은 1㎏당 4300원선이다.
또 냉면에 필요한 설탕과 소금, 계란, 식초 등 식재료의 가격도 상승했다. 코로나19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와 인건비·물류비 인상 등이 모두 연관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식 냉면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간편식 냉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롯데마트에 다르면 이달 1∼15일 간편식 냉면 매출은 지난해보다 30% 늘었다.
각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여름 대표 간식인 아이스크림 가격 또한 높아졌다. 롯데제과,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등은 아이스크림의 소매점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100∼200원씩 올랐다. 주재료인 설탕과 원유(原乳)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설탕 1㎏의 가격은 2018년에 비해 21.5%, 우유 1ℓ의 가격은 14.7%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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