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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발사체’ 실패 김정은이 갖고 싶을 ‘이 회사’…‘K-록히드마틴’ 될 수 있을까 [신동윤의 나우,스톡]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달 31일 이른 아침 고요했던 서울. “위이잉~”하는 난데 없는 사이렌 소리가 새벽잠에 빠져있던, 또는 이른 출근길에 나섰던 시민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습니다. 경계경보 발령 9분 뒤에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을 내며 날아온 ‘대피 준비’ 문자는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검색에 나선 시민들의 접속 폭증에 네이버 모바일 포털은 다운됐고, 많은 시민들은 피난 가방을 싸고 근처 대피소를 찾는 등 말 그대로 ‘패닉’이었죠.

이런 사달을 불러왔던 북한의 기습적인 ‘우주발사체’ 소동은 결과적으로 북한의 참담한 실패로 마무리 됐습니다. 미리 통보한 정식 예고기간(5월 31일 0시~6월 11일 0시) 첫날에 호기롭게 쏘아 올렸지만,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은 물론, 로켓에 탑재된 것으로 알려진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까지도 모두 서해에 추락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조차 발사 2시간 30여분 만에 ‘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연합]

16일엔 우리 군에 의해 수심 75m 해저에 가라앉아 있던 ‘천리마 1형’ 로켓의 2단부 잔해가 물 밖으로 건져 올려졌습니다. 다소 지워졌지만 표면엔 ‘천마’라는 글자와 하늘을 나는 말의 모습을 형상화한 마크가 확인됐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런 모습을 보려고 우주발사체를 쏘진 않았을 겁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술적 준비를 완벽히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발사를 서두른 탓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인 16일 인양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연합]

특히, 김 위원장이 이토록 서두르게 만든 데는 한국의 ‘대성공’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바로 지난달 25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3차 발사가 그것입니다.

한국에겐 우주 개발의 꿈을 더 키워주고, 북한에는 조급증에 따른 실패를 맛보게 한 누리호 성공에의 뒤에는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꿈꾼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스페이스X’로 성장 꿈꾼다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은 민간이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이른바 ‘뉴스페이스’ 시대로 가는 첫발을 뗐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0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 누리호 엔진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지금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엔진 총조립’ 부분을 맡아 발사체 개발에 참여했는데요, 앞으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으로부터 발사체 설계 기술과 발사 운용 관련 기술까지 이전받아 후속 발사체의 제작과 발사까지 주도할 예정입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스페이스X’가 대표적인 민간 우주업체인데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 같은 모델을 따라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누리호 3차 발사 현장 영상. [유튜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채널 캡처]

실전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는 2027년까지 세차례 더 우주로 날아오릅니다. 2025년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탑재하고 발사되는 데 이어, 2026년과 2027년에도 각 한차례씩 발사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향후 발사될 누리호 제작을 총괄하면서 ▷제작 비용 절감 ▷효율화 ▷향후 상용 발사 서비스 시장 진출 가능성 등을 모색하게 됩니다.

자회사 한화시스템과 우주 산업에서 보여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한화시스템이 다수의 위성개발과 생산을 통해 우주 사업의 본격화를 알리는 ‘초소형위성체계 SAR 검증위성 사업’을 수주했기 때문입니다.

엄마(모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든 로켓에 아들(자회사 한화시스템)이 빚은 인공위성이 실리는 날도 머지않아 볼 수 있단 뜻이죠.

항공우주 부문은 아직 익지 않은 열매

사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 관련 사업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웅장해지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회사 실적으로는 아직 잘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6조5400억원, 377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동안 ‘항공우주’ 부문의 매출액은 1조3700억원으로 전체의 20.9%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의 경우엔 120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습니다. 1분기와 4분기엔 각각 -60억원, -200억원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죠.

지난 1분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항공우주’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900억원, 160억원으로 전체 매출(1조9270억원)과 영업이익(2290억원)의 20.2%, 7%에 불과했습니다.

사실상 아직 미래 먹거리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신사업일뿐, 본격적으로 과실을 따먹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누리호 3차 발사에 성공한 지난달 21일 이후 지난 16일 종가까지 9.3%나 상승했습니다. 11만6800원으로 장을 마감한 16일 종가는 지난 4월 10일 기록한 종가 기준 52주 신고가 11만7300원에 근접한 수준이기도 합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향후 사업 분야가 성공할 것이란 기대가 큰 영향을 미친다”며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한 덕분에 주가가 상승 곡선 위에 올라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1Q23 지상방산 영업익 전년보다 59배 ↑…영업이익률 21% ‘대박’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을 빼놓고라도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고수익 종목으로 꼽힙니다. 작년 주도주로 꼽혔던 ‘태.조.이.방.원(태양광, 조선, 2차전지, 방산, 원전)’ 종목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16일 종가 기준 지난 1년간 무려 118.32%나 상승했습니다. 2배가 넘게 주가가 올랐다는 거죠. 그동안 시가총액은 3조2606억원 늘었습니다. 한진칼(3조2880억원), NH투자증권(3조2240억원), 삼성증권(3조2460억원) 시총 규모의 회사 하나가 새로 코스피 시장에 생겨난 셈이죠.

이처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뛰어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K-9’ 자주포, 전투보병장갑차 ‘레드백’, K239 다연장 로켓 ‘천무’ 등으로 대표되는 ‘지상방산’입니다.

[유튜브 '엠뉴' 채널 캡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군비 확장 추세를 타고 수출 규모가 급속도로 커졌습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K-9 자주포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라며 “지난해 폴란드와 대규모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습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K-9은 작년 말 첫 인도분 24문 외에도 2023년 24대, 2024년 82대, 2025년 82대가 순차적으로 폴란드로 수출될 예정입니다. 올해 말에는 2차 계약이 예정돼 있기도 하고요.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K239 다연장 로켓 천무의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향(向) 납품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성과는 구체적인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4분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방산 부문에서만 1조1220억원 규모의 매출과 183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액은 전년 동기(2420억원) 대비 3.5배 늘어난 8420억원에 달했습니다. 여기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30억원)보다 무려 59배나 증가한 177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1%에 이르렀습니다. 한 마디로 ‘대박’을 낸 것이죠.

폴란드와 구매계약 체결한 K-MLRS 천무 기동시범. [유튜브 'rider eye-Aviation&Military' 채널 캡처]

방산 섹터 톱픽

증권가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방산 섹터의 최우선주(Top-pick)로 꼽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승두 연구원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가 1회성 이익일지라도 수출 증가로 인한 수익성 개선효과가 예상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분기별 지상방산 부문의 실적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이익 수준이 개선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수익성이 확실히 레벨업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상, 항공, 해양 등 전 방산 부문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방위 수요 증가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을 종목이라고 꼽았습니다. 방산 수준 성장에 더해 중장기적으로 우주 사업 성장성을 보유한 것이 ‘금상첨화’라는 것이죠.

한국의 ‘스페이스X’에 앞서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꿈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가 앞으로도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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