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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미국 은행발 금융불안 확산, 이번엔 다를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은행위기’재점화 우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로이터]

미국의 중소형 은행들의 파산과 주가 급락으로 미국 은행발 금융불안이 자칫 금융위기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5.0%포인트나 급격히 인상하는 과정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은행들을 중심으로 파산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20년 팬데믹 이후 불어난 유동성이 은행권으로 유입됐으나 단기 예수금을 장기 금융상품으로 운용하는 등 만기 불일치 형태로 자산을 운용하며 자산부채관리(ALM) 능력이 부족했던 은행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에 투자했던 보유 유가증권의 평가가치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비보장성 예금 중심의 급격한 ‘뱅크런’ 발생은 은행을 유동성 위기와 파산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연준은 향후 1년간 국채와 MBS의 액면가를 보장해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유동성을 지원하고,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또한 예금 보장 한도와 관련한 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중소형 은행 중심의 금융불안은 일정 부분 예견됐다. 금리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자산운용의 만기 미스매칭과 포트폴리오 쏠림 현상의 문제점이 부각된 것이고, 상대적으로 정보 투명성이 높은 은행권의 부실이 먼저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는 미국 은행들이 시가평가로 자산을 청산할 경우 분석 대상 은행 중 약 48%(2315개)가 부채 상환이 불가능하고 개별 은행의 비보장성 예금 중 50%만 인출되더라도 186개의 은행이 파산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금리 인상에서 은행들이 얼마나 대응이 미흡했고 뱅크런에 취약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미 중소형 은행들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큰 점도 잠재적 위험으로 지목되고 있다. 단기간 내 금리 급등에 따른 할인율 상승으로 부동산 평가가치가 하락하며 대출금액이 축소되고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이 증대된 상태다. 오피스빌딩을 중심으로 공실률이 증가하자 상업용 대출의 부실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중 67.3%를 지방 중소형 은행들이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활황기에 급증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최근 가격 하락세로 전환된 데다 거래 규모도 급감하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향후 중소형 은행들의 뱅크런 사태가 재연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도 금융 시스템에 큰 충격을 줄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초저금리 환경하에 급증했던 부동산 금융시장이 부동산 가격 급락 및 침체 장기화에 직격탄을 맞으며 프로젝트파이낸스(PF)시장을 중심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장기간 디레버리징 없이 급증했던 가계 및 자영업자 부채가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화와 경제 펀더멘털 개선 등으로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시기나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파멸적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위험(Known risk)보다 규제 및 관리 사각지대로 정보 비대칭성이 큰 ‘그림자 금융’ 영역에서 위기가 촉발됐던 과거 사례들을 고려하면 ‘알려지지 않은 위험(Unknown risk)’에 대한 경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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