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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떼고 포떼는 사회공헌 실적 공시? 은행들은 허탈하다[머니뭐니]

[헤럴드경제=김광우·서정은 기자] 금융당국의 은행 기강잡기가 연일 계속 되는 가운데 사회공헌 실적 공시를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그간 해온 사회공헌 활동이 금융지원 뿐 아니라 교육, 기부, 환경개선 등으로 다양할 뿐더러 규모 자체도 타 업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항변한다. 생색내기식 사회공헌을 막는다며 일부 항목을 배제할 경우, 오히려 실효성 있는 사회공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주 진행되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실무작업반에서는 사회공헌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그간 은행들의 사회공헌 현황과 각 내역, 외국 은행들의 사례 등도 살펴볼 전망이다. 이와 함께 사회공헌 실적 공시의 실효성 등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은행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애초 사회공헌활동 내역을 공개조차 하지 않는 금융업권도 있는데,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한 은행에 대해서만 과도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은행연합회는 매년 은행권의 공헌금액 및 활동 내역을 담은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생명보험협회를 제외한 다수 금융업권에서는 관련 내역을 공시하지 않거나 공헌금액만 공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오히려 사회공헌을 공시하고 있어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자칫 실적 공시가 수치 경쟁을 부추겨, 사회공헌의 의미를 변질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시를 의식해 실질적인 도움보다, 실적에 반영되는 손쉬운 활동에 몰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헌금액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활동들을 사별 상황에 맞게 시행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판단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령, 국민은행은 취약계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지원사업 ‘KB라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및 일자리 창출, 하나은행은 미혼모와 학대피해아동 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사회공헌 공시를 하더라도 은행들의 운영상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16년 출범 이후 4년간 3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케이뱅크는 흑자로 전환한 지난 2021년 이전부터 순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공헌에 할애해 왔지만, 일반 시중은행과 비교해 적은 공헌 비율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기업이 누적된 순손실을 회복하지도 못했는데, 사회공헌 활동에 이익을 배분하는 게 과연 합리적이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당국은 ‘생색내기식 사회공헌’을 자제하고 실효성있는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과정에서 실적 공시에 포함되는 영역을 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컨대 은행들은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기부금 및 출연금을 포함한 각종 지역민 지원사업을 추진하곤 한다. 그런데 이를 영업활동이 아닌 사회공헌 활동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히 지자체나 대학 등 주거래은행 등을 선정할 때, 서비스가 비슷하다보니 결국 그간의 기부금이나 출연금 등으로 갈라질 수밖에 없다”며 “영업을 따내기 위해 하는 것들이 진정한 사회공헌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해볼 대목”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국이 논의 중인 사회공헌 실적 공시가 기업의 경영 자율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공헌이 아닌 금융소비자 보호”라며 “주주가 있는 영리 법인에 대해 무조건적인 공헌을 강요하는 것은 사실상 주주의 돈을 가져가는 것으로,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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