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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수출전선 여전히 불안...하반기 더 어렵다
상품·서비스수지 동시 적자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미지수
3월 흑자전환 장담도 어려워
부산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올해 1월에 이어 2월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11년 만에 분기 적자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중국, 동남아 등으로 향하는 수출이 뒷걸음질치는 가운데 원자재를 중심으로 수입은 늘면서 한국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상품인 반도체 경기가 세계적으로 부진한 상황인 데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도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어 수출 경기는 당분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경상수지가 적자를 이어갈 경우 외환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고, 다시 교역조건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경상수지가 올해 상반기에 적자를 보이더라도 연간으로는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상반기뿐 아니라 하반기 상황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7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5억2000만 달러 적자로 1년 전(58억7000만 달러 흑자)보다 63억8000만 달러 감소했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화공품, 철강제품 등의 수출이 1년 전보다 급감하면서 지난해 2월 43억5000만 달러 흑자였던 상품수지가 올해 2월 13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서비스수지도 20억3000만 달러 적자를 내며 전년 동월 대비 적자 전환했다. 수출화물운임 하락으로 운송수입이 줄면서 운송수지가 적자로 떨어졌고, 여행수지도 적자를 이어갔다.

이같은 흐름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부장은 3월 경상수지에 대해 “상품수지는 기초자료인 통관기준 무역수출입자료를 보면 2월 52억7000만 달러에서 3월 42억6000만 달러로 적자 규모가 줄어서 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문제는 서비스수지다. 1월과 2월 일본과 동남아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긍적적 요인이지만 화물운임이 하락하면서 운송수지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불황...수출 반등 힘들어= 경상수지가 지난 2012년 1~2월 이후 11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배경에는 반도체 경기 불황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13%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지 않는 한 상품수지는 개선되기 힘들고, 경상수지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은 구조적으로 반도체 문제가 있다. 반도체 사이클이 저점에 있다 보니 환율이 올라가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상품수지는 반도체가 관건이다. 수출 주력품인데 최악의 상황이라 반도체가 반전을 가져오지 않는 한 상품수지의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우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도 “수출에서 가장 큰 타격이 반도체”라며 “반도체가 과연 얼마나 회복이 가능할까에 대해 많이 긍정적이지는 않다. 올해와 내년에는 우리 수출 부문, 특히 반도체 부문 수출이 고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글쎄= 정부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수출을 비롯한 우리 경제에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한국 상품 수입 의존도가 과거보다 낮아졌고, 지정학적 위험도 존재하는 상황이라 중국 리오프닝이 우리 경제의 추세를 획기적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리오프닝이 우리나라 수출에 일부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반도체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수출을 반전시킬 정도의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며 “반도체가 회복되지 않는 한 중국 리오프닝 만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안동현 교수 역시 “중국 리오프닝이 우리 수출에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수출이 흑자로 돌아서려면 반도체가 반등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것도 중국이 완제품 만들어서 다시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인데 리오프닝을 한다고 해도 과연 중국의 대미 수출이 급격하게 늘어나겠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적자 이어질 듯= 경상수지는 한 나라의 수입과 지출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원화가치는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자극하고, 교역조건이 악화돼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성태윤 교수는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외환시장에 불안 요인”이라며 “현재 무역수지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경상수지 적자가 현살화되면서 이후 외화 확보 이슈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0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하반기 경기가 개선되며 올해 26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경상수지는 298억 달러 흑자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월에도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며 1분기 적자 가능성이 높고 하반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평가다.

성 교수는 “1분기 기준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커져 있고 그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 같다”며 “하반기에 반도체 경기 등이 개선되면 다행이지만 아직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상반기는 경상수지 흑자가 힘들고 하반기도 장담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안 교수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경상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 원화 약세가 계속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여야 하는데 수출 호조가 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출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돼 있지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의 대두 문제는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현경·김광우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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