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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예금 66% 기준금리 아래...무색해진 통화정책
은행 1년만기 예금 41개 상품중 27개 달해
물가상승 막기위해 긴축 택한 중앙은행 무력화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금리 홍보물 [연합]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금리를 잇따라 내리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3.50%보다 낮은 금리의 가계대출 상품이 등장했다. 예금금리는 아예 3% 밑으로 내려간 상품도 눈에 띈다.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긴축’을 택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사실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1년 만기 정기 예금 절반 이상은 기준금리 아래=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5일 기준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3.45~5.95%로 하단이 현 한국은행 기준금리(3.5%)보다 0.05%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하단이 3.69%로 기준금리와 0.19%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출금리가 이렇게 내려오다보니 예금금리는 더 주저앉았다. 예금상품 가운데 기준금리를 웃도는 상품은 전체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금리를 공시한 16개 은행의 41개 상품 가운데 1년 만기 기준으로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예금상품은 27개에 달한다. 공시된 전체 상품의 66% 수준이다.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기본금리는 연 2.6%,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은 연 3.2%다.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의 기본금리 연 0.95%로, 최고 우대금리(고객적용금리)는 연 3.5%로 기준금리와 같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두자릿수 금리에 가까운 특판 상품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금리하락세는 놀라울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너무 내려간 금리...‘긴축’ 통화정책 무력화=금융상품의 금리 하락세는 올해 안에 미국 중앙은행과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반영되면서 시장금리가 하향된 데 따라 나타났다. 게다가 당국이 차주의 이자부담 완화를 위해 금리 경쟁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영향도 작용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이 사실상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긴축을 택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이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일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결정했을 때에는 물가와 경기를 고려해 필요에 의해 통화정책을 쓰는 것인데, 채무자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압력을 가해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통화정책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년 만에 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조윤제 금통위원은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을 냈다. 조 위원은 그동안 금리를 가파르게 올렸던 것에 비해 시장이 긴축적이지 않은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것을 제시했다. 조 위원은 “금융시장이 한은의 정책 의도보다 완화적 기대를 형성해 실제 이것이 현재 금융시장 상황으로 반영돼 있는 점”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위원이 소수 의견을 낸 것은 2020년 4월 금통위원으로 취임한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이다.

윤지호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한은 기준금리가 이미 충분히 긴축적 영역에 있다”며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연진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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