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서울커피엑스포’에서 한 강사가 베이커리 메뉴에 대해 오픈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제 취향인 예가체프랑 케냐AA를 2대 1로 섞었어요. 직접 블렌딩해 보는 것 처음인데 색다르네요.”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서울커피엑스포’에서 만난 40대 소비자 이모 씨는 10가지 원두 중 3가지를 골라 원하는 비율로 ‘나만의 커피’ 만들기 행사에 참여한 뒤 이렇게 말했다. 해당 부스에 대기하는 사람은 30여 명 이상이나 됐다. 오픈 시각이 40분이 지나도 행사장 매표소에는 50여 명이 대기할 정도로 커피 애호가와 업계 관계자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에스프레소바부터 ‘블렌딩 체험’까지...커피 애호가 다 모였다=현장에서는 이씨처럼 본인이 선호하는 취향에 따라 원두와 기계를 찾는 소비자도 어렵지 않게 보였다. 이런 소비자를 위해 한 업체에서는 에스프레소바, 콜드브루 존, 스폐셜티 존 등을 준비해 개인별로 선택한 커피를 직접 맛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캡슐 커피와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둘 다 써 본 뒤 원두 머신을 쓰고 있다”며 “산미가 강한 원두를 직접 찾을 겸 왔다”고 했다.

커피엑스포에서는 바이어, 카페 운영자 등을 위해 로봇팔, 캔시머(캔 밀봉도구), 로스팅 기계 등 다양한 기계들도 소개됐다. 한 부스에서는 로봇팔이 직접 로스팅한 게이샤 커피를 시음하는 공간이 마련돼 연일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바라코 커피’·얼음 나오는 커피머신 등 이색 제품 가득=한국의 커피 시장이 급성장 하면서 해외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 하고 있다. 국내 카페 프랜차이즈 시장은 2018년 5조3890억원에서 지난해 6조8760억원 규모로 27% 성장했다.

한국 진출을 준비하는 필리핀 커피업체 제품도 엑스포에 만날 수 있다. 올해 서울커피엑스포의 주빈국은 필리핀으로 필리핀산 원두와 간편한 커피백(물을 타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전시돼 있다.

한국 소비자에게 친숙한 아라비카·로부스타 커피와 달리 필리핀에서는 리베리카 원두로 만든 ‘바라코’ 커피가 인기가 높다. 바라코(barako)는 타갈로그어로 ‘강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다크 로스팅을 거치기 때문에 색이 진하며 필리핀 현지에서는 소비자의 30~40%가 선택할 만큼 대중적인 원두라고 한다.

행사 주최 측 관계자는 “아라비카 커피에 소비자가 익숙해있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뿐 한국 애호가 사이에서는 바라코 커피를 찾아 마시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필리핀 원두업체를 운영하는 알빈 코싱 프로젝트빈스카페 대표는 “아직 우리 원두를 한국에서 팔 수 없어 판로 확보와 소개하는 차원에서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이볼 열풍에 ‘카페용 칵테일’도 선보여=커피엑스포지만 와인, 칵테일 등도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흥국F&B 부스에서는 김지유 롯데 시그니엘 호텔 헤드 바텐터가 최근 유행하는 하이볼과 자몽농축액을 섞어 만든 칵테일을 직접 선보였다.

서연후 흥국F&B 마케팅팀장은 “카페 중 주류 판매가 가능한 곳이 최근 많아진 데다 하이볼 열풍이 부는 만큼 섞을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하기 위한 행사”라고 했다. 최근 젊은층 소비자 사이에서 하이볼 등 각종 주류를 섞어 먹는 ‘믹싱주(酒)’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커피를 넘어 주류까지 카페 대상 업체들이 공략하기 시작한 셈이다. 김희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