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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왜 금리인하 기대에 ‘일침’을 놓았을까요? [세모금]
블랙록 본사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겁니다.” (웨이 리 블랙록 투자연구소 수석투자전략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블랙록이 최근 연준의 금리 전망 논란에 대해 경고를 내놓았습니다. 웨이 리 수석투자전략가를 비롯한 블랙록 투자연구소 전략가들이 28일(현지시간) 고객들에게 보낸 투자 서신에서 “올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블랙록은 서신에서 “경기 침체가 닥쳤을 때 중앙은행이 서둘러 경제를 구제하는 것은 오래된 교본”이라며 “이제 그들(연준)은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경기침체를 야기하고 있고, 그것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없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연준은 우리 예상보다 더 심한 신용 경색이 발생하고 훨씬 더 깊은 경기 침체가 발생할 때에만 금리 인하를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연준의 금리 인하를 너무 확신하고 있으며 추후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내놓았습니다.

4%를 재돌파한 미 국채 2년물 금리 [인베스팅닷컴 자료]

금리는 돈의 값입니다. 금리가 높다는 건 돈이 값이 비싸진다는 것이고, 금리가 낮다는 건 돈의 값이 저렴해진다는 겁니다. 이런 면에서 모든 금리의 초기값이 되는 기준금리(정책금리)를 결정하는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의 몸값을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도 달러 가치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라는 회의에서 결정되는 기준금리를 통해 조절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세계가 연준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는 연준의 금리 결정에 따라 달러 가치가 달라질 수 있고, 유일한 기축통화인 달러는 세계 금융·외환시장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연준은 2020년 촉발된 코로나19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살포했던 달러를 회수하는 작업을 벌이던 중입니다. 코로나19는 불가항력적인 외생변수였기 때문에 연준은 제로금리에 달하는 역대 최고 수준의 초완화 정책으로 경기 충격 최소화에 나선 바 있습니다. 하지만 늘 급격한 정책의 변화는 부작용을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코로나19로 너무 많이 풀려버린 달러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초고물가)’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독일 등 여러 선진국들은 물가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역사적으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유동성이 빠르게 늘어나 돈의 값이 떨어지면 돈이 흔해지기 때문에 물가가 오릅니다. 하지만 임금 상승률에 비해 상품·서비스 물가가 더 빨리 오를 경우 사람들이 소비를 주저하게 되고, 이는 내수를 망가뜨려 경제 성장의 저해 요인이 됩니다. 이로써 나라의 성장이 더디면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는 떨어지게 되고 이는 다시 물가를 끌어 올리는 악순환의 덫에 빠뜨립니다.

이에 연준은 서둘러 작년부터 서둘러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금리는 너무 빠르게 올려도 탈이 납니다.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곳부터 균열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번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같은 군소 지역 은행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특히 SVB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 중 하나로 꼽히는 미 장기국채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뒤통수를 맞은 케이스입니다.

연준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초단기 금리입니다. 이에 장기금리에 앞서 단기금리에 먼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연준 금리 인상에 따라 미 단기국채 금리가 빠르게 치솟았고 이를 장기국채 금리가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장단기 금리 역전이 벌어진 상태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SVB 고객들의 예금 인출 요청이 증가한 상태에서 이를 조달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장기국채를 처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됐고 이를 재무제표로 인식, 불안감이 극대화되면서 뱅크런(예금인출쇄도) 사태로까지 확전된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SVB를 시작으로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까지 이어지자 은행권의 시스템 리스크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습니다. 이에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지난주 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것에 그쳤고, 점도표를 통해 연내 한 차례 정도만 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시장은 환호했고, 연준이 생각보다 금리 인상 의지가 높지 않음을 확인했다면서 한 발 더 나아가 올해 안으로 금리 인하에도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SVB에 이어 CS까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위기 해결에 발 빠르게 나섬에 따라 불안 상황은 일단 성공리에 진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안정과 물가안정 등 두 가지 맨데이트(책무) 수행을 신경써야 하는 연준으로서는 만일 금융안정이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면 다시 물가안정을 초점을 둘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물가 둔화가 예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연준으로서는 다시 금리 인상의 고삐를 당겨야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이에 연준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고, 이는 최근 미 국채 금리 반등을 통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 블랙록의 경고가 있습니다. 연준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과 지표를 토대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에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 그리고 그에 기반한 투자결정은 시장의 비이성적 탐욕으로 판명될 수 있어 더 큰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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