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는 삼성전자 임직원들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 위탁 생산을 따내며 파운드리 고객사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침체기에 거둔 수주 성과다. 파운드리 글로벌 1위 TSMC가 최대 고객사 애플로부터 주문량 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전자는 미래 핵심 성장동력인 차량용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며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21일 첨단 5나노 파운드리 공정으로 미국 ‘암바렐라(Ambarella)’의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암바렐라는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고성능·저전력 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생산하는 반도체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에 탑재되는 암바렐라의 최신 SoC(시스템 온 칩) ‘CV3-AD685’이다. 이는 카메라와 레이다를 통해 입력된 운전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등 자율주행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한다. 암바렐라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엔진(CVflow)을 탑재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첨단 5나노 공정에 오토모티브 전용 IP, 최신 공정, 패키징 기술과 노하우를 총 집약했다. 실제로 암바렐라의 CV3-AD685는 삼성전자의 첨단 5나노 공정 활용 등으로 AI 성능이 전작 대비 20배 이상 향상됐다.

이번 삼성전자와 암바렐라의 협력이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차세대 고성능·저전력 AI 반도체 시장을 확대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외에도 HPC, 오토모티브, 5G 등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해 2027년까 논(Non)-모바일 시장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페르미 왕 암바렐라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삼성전자의 검증된 오토모티브 공정을 통해 자율주행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과 ‘레벨 2+’부터 ‘레벨 4’ 구현에 필요한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 성능과 전력 효율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첨단 5나노 공정은 자율주행 차량의 전례 없는 성능 향상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30년 세계 파운드리 1위’를 목표로 첨단 공정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가 반도체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매출은 1252억달러로, 전년(1219억달러) 대비 약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반적인 침체 고비를 넘기면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10.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13.4%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시장 확대에 발맞춰 2027년까지 전체 파운드리 생산 역량을 지난해 대비 3.3배 높인다는 방침이다. 평택에서는 팹(공장)을 늘려 올해까지 생산 역량을 1.6배 증가시키고, 텍사스주 테일러에서는 2024년말 신규팹 가동을 시작한다. 지난 2022년 6월 업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인 GAA를 기반으로 3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한데 이어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까지 최첨단 공정로드맵을 수립했다.

한편 해외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폰아레나 등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TSMC에서 주문하는 반도체 물량을 12만 장 가량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TSMC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