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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26년 ‘버핏의 스승’이 주주행동주의 첫발 내디뎠다
벤자민 그레이엄 특별배당 요구

“사업에 필요하지 않은 자금을 회사에 남겨 둘지 여부는 주인인 주주가 결정해야지, 경영진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행동주의 펀드들이 굵직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란 기업에 자산 매각,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해 주주가치를 높여 수익을 내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이 1926년 미국 송유관 회사 노던파이프라인에 특별배당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노던파이프라인 주가는 65달러 수준이었지만, 수백만 달러의 미국 국채와 철도 채권 명세를 갖고 있었다. 그레이엄은 노던파이프라인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하던 중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주당 90달러까지 특별배당을 지급해도 회사 경영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그레이엄도 주주총회에 참석해 경영진에게 발언하는 온건한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서 그는 최대 주주인 록펠트재단을 비롯해 노던파이프라인 주주를 설득했다. 결국 의사회 의석 5석 중 2석을 차지했고 경영진은 잉여현금 분배를 결정했다.

이후 1980년대에는 ‘기업사냥꾼’ 행동주의가 기세를 펼쳤다. 기업사냥꾼은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활용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다수 이뤄냈다. 이에 따라 경영진과의 갈등도 커졌다. 1990년대부터는 연기금과 노조 기금을 배경으로 한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인 경영개입을 통해 기업 가치를 증가시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들어 외국계 헤지펀드가 경영권 개입에 나서며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경영권 개입으로 큰 차익을 남긴 뒤 철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소버린 자산운용은 2003년 SK 지분을 15%가량 확보해 최태원 회장 등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다.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약 1조원을 투입했고, 소버린은 9000억원대 차익을 남겼다. 2006년 KT&G 경영개입을 시도했던 칼 아이칸 역시 1500억원대 차익을 남기고 철수했다.

2018년 이후에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에 참여한 KCGI(강성부 펀드)를 필두로 얼라인파트너스,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의 목적이 시세차익에 따른 수익률인 만큼 경영권 개입이 궁극적인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제인 기자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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