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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부 “토종 행동주의, ‘좋은 회사’ 되도록 시어머니 역할”[행동주의 펀드 광폭행보]
‘먹튀’ 이미지 벗고 주주권익 보호 강조
해외처럼 공격일변도 불가…韓정서 고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강성부 KCGI 대표.

[헤럴드경제=김상훈 기자] “기업들이 그릇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제3자 누군가가 시어머니처럼 한마디씩 해주는 것. 그게 행동주의 펀드의 좋은 역할이고,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강성부 KCGI 펀드 대표는 15일 헤럴드경제와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이 국내 상장사들에 대해 적극적인 경영개선 요구에 나선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주주행동주의는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등으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다는 이른바 ‘먹튀’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 환원 정책 등을 이끌어 내면서 위상이 변화하는 모습이다. 실제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최근 거액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제도가 취약하다”며 최대주주 용퇴와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을 요구, 결국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UCK컨소시엄에 자신의 지분을 넘기는 식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

강 대표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과거 외국계 펀드처럼 공격일변도로만을 추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투자 수익만 쫓다보면 어차피 시장에서 자연스레 배척당하기 때문이다.

그는 “외국계의 경우 피도 눈물도 없이 극단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이미지가 강했다. 한국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무턱대고 미국식, 유럽식의 행동주의를 주장하면 안 된다. 무턱대고 배당하라거나 인력을 감원해 비용을 줄이라는 등의 요구는 한국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최근 하이브의 에스엠(SM) 인수전을 촉발시킨 것도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다. 얼라인이 지난해 보유한 SM 지분은 단 1.1%였지만 공개주주서한 발송, 주주총회 표 대결을 거치며 신임 감사 선임에 성공했다.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있던 이수만 총괄프로듀서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 에스엠의 프로듀싱 계약을 조기 종료시키는 성과도 냈다. 또 SM 경영진이 이 총괄을 완벽히 배제하고 멀티 프로듀싱, 레이블 체제의 ‘SM 3.0’을 발표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 대표는 하이브가 추진하는 SM 주식 공개매수와 관련, “하이브의 공개매수 딜은 좋지 않다고 본다. SM 3.0을 숫자로 돌려봤는데 영업이익이 3배 이상 올라간다고 본다”며 “공개매수가 12만원도 너무 낮다. 저는 SM이 주가 30만 원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불식된 건 아니다. KCGI가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에 응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 일각에선 수익만 챙기고 결국 명분으로 내세웠던 지배구조 변화는 크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도 이런 이유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먹튀냐 아니냐의 차이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기업 가치 증대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에 따라 다르다”며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횡령사건 등 굵직한 사건에 최대주주 이슈가 있었고 그 부분만 개선되고, 경영권 교체가 되어도 거버넌스 측면에선 엄청난 성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동주의 펀드는 펀드의 존재 이유는 실제 경영권을 갖는 게 아니라 옳은 소리를 화두로 꺼내 모두가 현 경영진과 직원,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한번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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