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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금리 급한 불 끄려다 은행 이자장사 禍 키웠다
당국 성급한 개입에 시장금리 왜곡
‘금리인상기’ 압박이 수익 확대로
금감원 “사회공헌활동안 공개 검토”

“은행의 돈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대책을 마련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또다시 은행을 향해 작심발언을 하면서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성과보수 체계를 비롯한 내부 통제의 적정성을 들여다볼 전망이다. 아울러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은행의 상생금융도 강화해 저금리 대환과 고정금리상품 확대뿐만 아니라 금융사들의 사회공헌활동 등 적극적 역할을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3·4·13면

하지만, 4대 금융그룹이 이자장사로만 40조원을 벌어들일 수 있었던 데에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다. ‘예금금리 인상 압박→대출금리 인상→대출금리 인하 압박→예금금리 하락→예대마진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사실상 급한 불을 끄려다 ‘화’만 키웠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이 은행의 돈잔치를 강하게 비판한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진 반면 금융사들은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뒀다는 데에 있다.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은 이자수익으로만 40조원을 벌어들이며 직원 1인당 3억~4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민은 이자가 올라 빚으로 고통스러워하는데 금융사는 말 그대로 ‘돈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돈잔치의 이면에는 시장금리 왜곡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금리인상기 이어진 당국의 압박이 오히려 은행의 이자수익 확대를 도왔다는 얘기다. 실제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6월과 7월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연일 예대마진 확대와 이자장사를 경고했고, 은행권은 부랴부랴 예금금리를 올렸다.

문제는 은행이 예금금리를 올리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변동금리대출상품이 따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밀어올려 결국 대출금리가 오른다는 점이다. 코픽스는 은행의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금리를 바탕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은행이 수신금리를 올리면 조달비용이 늘어나 대출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대출금리가 올라가자 이번엔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올 초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지 마라”고 금융당국이 경고하자 은행권은 다시 가산금리를 낮추고 우대금리를 높여 대출금리를 내렸다. 대출금리가 내려가자 동시에 예금금리 인상 속도를 늦췄다. 이에 지난해 11월부터 나타난 5%대 은행권 예금금리도 두 달을 채 못 갔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환원 확대 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당국이 시키는 대로 잘 따르고 있고 대통령이 강조한 충당금도 충분히 쌓았다”면서 “금리, 주주환원, 성과급까지 당국이 간섭하는 건 과도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5조1033억원의 대손충당금(순전입액)을 적립했다. 2021년(3조2509억원)보다 약 57%(1조8524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은 특별 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도 도입하기로 한 상태다.

그렇다고 금융사들 역시 변명의 여지는 없다는 지적도 많다. 수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에 성과급 잔치가 대표적인 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장 먼저 금융사들의 성과급 체계를 손볼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6일부터 수일간 해외 선진 금융사 내부 통제를 살펴보기 위해 싱가포르와 영국 런던 등지로 출장을 간다.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는 앞서 해외에서 도입되고 있는 성과보수 체계를 언급해왔다. 국내에서 금융사 임직원들이 순이익이나 주가 혹은 사옥 매각 등 단기 성과나 일회성 요인으로도 성과급을 받아가는 것과 달리 해외에선 성과보수를 이연 지급해 장기 성과를 살펴본다. 각종 컨설팅과 계약으로 해당 연도 이익이 올라가도 중장기적으로 효과를 살펴보고, 성과보수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앞서 6일 금감원 업무계획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실적이 좋은 것을) 금융사의 임원들의 공로로만 돌리기엔 어려운 구조적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은행의 경우 이자에서 발생한 이익이 수십조원인데 오로지 이를 주주랑 임원의 성과급으로만 주는 것이 맞는지 은행의 구조적 독과점 시스템, 기능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성과보수 체계를 지나치게 단기 성과 위주로 운영하기보다는 발생 가능성 손실위험 등을 충분히 고려한 중장기 성과를 합리적으로 반영하도록 유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쏟아진 금융권의 금융지원책의 실효성도 살펴볼 전망이다. 금감원은 상생금융의 역할 확대를 위해 금융사별 사회공헌활동을 공개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성연진·서정은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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