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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자 깎던 은행, 예금 대신 적금 금리만 올리는 속내는?[머니뭐니]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에 설치된 예·적금 금리 현황판.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금융당국의 ‘금리 경쟁 자제령’에 수신 금리를 내리던 시중은행들이 다시 금리를 인상하고 나섰다. 예대금리차 확대로 이자장사 비판이 높아지자 다시 수신 금리 조정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다만 채권시장 경색이 완화되면서 자금조달에 여유가 생긴 만큼 금리 부담이 적은 적금 부분만 선별해 금리를 올리는 모습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31일부터 적금 금리를 0.10~0.25%포인트(p)씩 인상했다. 이에 따라 ‘아이 꿈하나 적금’ 금리는 당초 연 2.70%에서 2.95%가 됐다. 1년 만기 기준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 ▷주거래 하나 월복리 적금 ▷연금하나 월복리 적금 등은 0.20%p 오른 3.55% 금리가 적용된다. 2년만기는 3.45%에서 3.65%로, 3년만기는 0.10%p 오른 3.75%로 올랐다. ‘내맘적금’의 경우 거치 기관에 상관없이 0.25%p 인상됐다.

우리은행 또한 지난달 일부 적금 금리를 0.40~0.80%p까지 상향 조정한 바 있다. 1년 기준으로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은 ‘우리(영업점명) 적금 기본형’으로 최대 4.70%까지 받을 수 있다. 이에 이달 1일부터 비대면으로 판매하는 ‘우리은행 WON컨시어지영업부 적금’은 불과 한 달 사이에 0.5%p 금리가 올랐다. 우리SUPER 주거래 정기적금 및 자유적금은 2년 및 3년 만기가 각각 0.45%p, 0.40%p 올랐고 6개월 만기의 우리200일 적금도 0.80%p가 뛰었다.

이처럼 은행들이 금리 인상에 나선건 최근 수신금리 인하에 따른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4.3%까지 올랐던 예금은행 수신금리는 12월 들어 4.29%로 하락했다. 2021년 4월 0.81%를 찍은뒤 매월 고공행진해오다 약 1년 8개월만에 처음 꺾인 셈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대출금리 인상을 우려해 금리 경쟁을 자제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에도 예적금 금리가 낮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이와중에 예대금리차까지 벌어지자 은행들은 다시 수신금리를 손대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도 수신금리 인상에 인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차주들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을 더 주기 위한 차원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정책서민금융(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대출)을 제외한 국내 17개 은행(산업·한국씨티은행 제외)의 가계부문 평균 예대금리차는 1.73%포인트로 전달(1.63%포인트)보다 0.1%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예금 대신 적금 위주로 금리를 올린데는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은행의 계산도 깔려있다. 자금 조달 상황이 풀리면서 굳이 금리 부담이 높은 예금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만해도 레고랜드로 시장의 구축효과를 우려해 당국에서 은행채 발행을 자제시켜왔으나, 현재는 점진적 재개를 허용한 상태다. 당시 은행채를 통해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한 은행들은 고금리 특판을 내걸며 자금 확보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한번에 목돈을 예치하는 예금에 비해 소액으로 매월 자금이 불입되는 적금에 금리를 얹어주는 것이 비용 부담이나 고객 유치 차원에서도 더 유리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유동성 경색이 풀린데다 채권 시장이 안정화된 만큼 금리를 높게 줄 유인이 없다”며 “적금 특성상 실수요자들이 소액으로 매월 자금을 쌓아가기 때문에 고객 이동이 잦은데다 큰 비용을 수반하지 않아 이를 중심으로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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