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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금 인기 ‘뚝’...채권 수요 ‘쑥’
5% 넘던 정기예금 금리 3%대로
안전·수익성 균형 ‘채권’ 수요 급증
전문가 “시세 차손 대비 분산 투자”

한때 ‘역머니무브’ 열풍을 이끌었던 은행권 정기예금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5%를 넘어섰던 금리가 3%대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정기예금 규모도 하락 전환했다. 현재 정기예금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는 투자 상품은 ‘채권’이다. 금리 정점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주식 투자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의 매력도 서서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기예금 잔액 줄었다=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원이다. 지난해 11월 말(827조원)과 비교해 약 15조원 줄었다. 잔액이 줄어든 이유가 만기 도래때문만은 아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1월 정기예금 신규 가입액(17일 기준)은 지난해 11월 같은 기간과 비교해 47% 가량 감소한 것만 봐도 그렇다.

5%를 돌파했던 정기예금의 금리가 계속 하락하는 영향이 크다.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금리는 3.5~3.73%로, 지난해 11월 최고점이 5%를 넘었던 것과 비교해 두 달 만에 약 1%포인트이상 하락했다.

정기예금의 금리 반등도 힘들 전망이다.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에도 연일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은행채 금리(AAA, 1년)는 3.646%로 올 초(4.330%) 대비 약 0.7%포인트 하락했다.

역전됐던 장단기 예금금리차도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로 은행채 발행은 제한됐고,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인상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에 따라 단기(6개월·1년) 예금금리가 장기예금금리를 웃도는 특이 현상이 벌어졌다. 그러나 최근 채권시장 안정과 함께 은행채 발행이 재개됐고, 장단기 예금금리차도 재역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매매차익’ 노린 채권 인기 급증=정기예금의 인기 하락과 함께 개인 투자자의 채권 투자 열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개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20조원을 넘어 2021년(4조5675억원)의 5배 이상 증가했다. 올 들어선 투자 심리에 불이 더 붙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중 개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2조9734억원(1월 26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83억원)과 비교해 약 9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주식시장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한 데다, 예금금리 인하 등 여타 안전자산의 매력도 떨어지며 그 접점에 있는 채권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초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 유예가 결정되며 채권의 인기를 견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안정성과 수익성을 저울질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의 성향은 순매수 종목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개인은 국고채 장기물을 중심으로 자금을 쏟고 있다. 안정적 이자 수익을 보장하되, 채권 금리 하락에 따른 매매차익을 노리려는 수요다.

이미 지난 연말부터 국고채 금리는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추가 금리 인하에 베팅하려는 수요는 계속될 전망이다. 금리 인하 신호가 본격적으로 나타났을 때 매매차익이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러 종목을 분산 투자할 수 있는 채권형 ETF(상장지수펀드)의 인기도 높아지며, 채권 투자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매차익을 노린 투자라면 시세 차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하면 현재 채권 가격은 이미 상당 부분 올라온 상태”라며 “금리 인하 전망이 강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변동성이 생길 가능성도 여전하므로 조금씩 추이를 살피며 투자액을 늘리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형 ETF의 경우 개인 투자자가 종목 하나하나를 구분해 살피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며 “매매차익을 노리는 초보 투자자는 안정적인 채권을 개별 매수하는 게 투자 접근성 향상에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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