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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명인데, 사서 먹는 게 싸요”…‘고물가’에 바뀐 차례 풍경 [고물가지만, 설]
설 앞두고 붐비는 재래시장. [연합]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19일은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3) 씨가 설을 앞두고 손꼽아 기다려 온 ‘결전의 날’이었다. ‘5, 4, 3….’ 스마트폰 시계를 보며 초를 세던 이씨는 오후 5시 정각에 맞춰 애플리케이션 화면을 새로고침 한 뒤 재빨리 구매 버튼을 눌렀다. 다행히 이씨는 아슬아슬하게 결제에 성공했다. 그가 어렵게 손에 넣은 건 다름 아닌 마포구에서 발행한 지역사랑상품권 70만원 어치였다.

“밀가루랑 식용유 가격이 30% 가까이 뛰었어요. 직접 식재료를 사서 전을 부치는 것보다 차라리 전통시장에서 2~3만원어치 전을 구입하는 게 저렴하겠더라고요.” 이씨는 “설 차례상에 6명밖에 모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만들어진 음식을 정량만 사는 게 낫다”며 “7%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한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 혜택도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지역사랑상품관 구매 오픈과 함께 매진 임박 표시가 나타난 모습. 이정아 기자

고물가에 설 차례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명절 음식도 간편식으로 바뀌고 있는 데다 친척이 모두 모여도 10여 명이 채 되지 않는 핵가족이 많아지면서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 추석 차례상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는 가정도 속속 늘고 있다.

이번 설 연휴에 가족들과 집에서 집밥을 해 먹으려는 60대 주부 박모 씨는 2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올해부터 차례상을 아예 없애고 대신 가벼운 문화생활을 즐기기로 했다”며 미소를 띄었다. 박씨는 “모둠전이나 모둠나물은 마트에서 할인 판매하는 간편식이나 밀키트 상품을 사 먹을 예정”이라며 “요즘 문어와 생선류가 많이 비싸서 올해는 수산물을 생략하고, 찜갈비만 구입해서 다 같이 메인 요리로 해 먹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HR테크 기업인 인크루트가 이달 초 회원 828명 대상으로 ‘이번 설 명절 부담감과 준비 계획’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66.7%가 ‘설 차례상을 간소화할 것’이라 답했다. 이 가운데 46.7%는 ‘간편식과 밀키트를 일부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간편식 또는 밀키트 제품으로만 차릴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9.6%다.

간편식 제수용 음식을 고르고 있는 고객 모습. [롯데마트 제공]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대형마트도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상품 할인 판매에 집중했다. 이마트는 신선·수산물 등 제수용품을, 롯데마트는 간편식에 집중하는 할인전을 적극 펼치고 있다.

이마트는 물량이 넉넉해 시세가 낮아진 제수용 과일을 지난해보다 10~2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명절 기간에 수요가 높은 ‘제주 은갈치’와 ‘내 맘대로 광어회’도 각각 30%, 20% 할인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간편식과 즉석조리 식품 위주로 할인 행사를 준비했다. 롯데마트는 25일까지 전국 모든 점포에서 가정 간편식 브랜드 ‘요리하다’의 제수용 상품을 할인 판매한다. 일부 상품은 2개 구매 시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편의점은 간편식 위주의 제품으로 설 명절을 준비했다. 1인 가족에 맞는 합리적 소비와 고물가로 외식 부담을 낮추는 소비 패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CU 도시락의 최근 3년간 설 명절 연휴기간(당일 포함 3일 기준) 전년 대비 연간 매출 신장률은 ▷2020년 12.6% ▷2021년 15% ▷2022년 13.4%였다.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U는 이번 설을 맞아 떡국을 메인으로 구성해 각종 명절 음식과 떡국까지 한번에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정식 도시락을 내놨다.

이마트24도 ‘혼설족’을 위한 떡만둣국과 명절 도시락과 함께, 가족 식사를 위한 밀키트를 판매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간편식은 편리하게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점과 재료를 일일이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성으로 인해, 설 연휴 기간에도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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