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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금융위기 때도 성장했던 생산능력 후퇴…韓경제 절벽에 서다
성장기 달려온 우리나라 경제, 황혼으로 접어든다
지난해 생산능력 단 한번도 증가 반전하지 못 해
위기 때마다 한국 구한 수출 신화…22년으로 종말
‘동력의 한계’ 의미일 수도…미래 주력 다시 찾아야
비가 내리는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9% 가까이 줄면서 석 달째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입액은 증가하면서 무역적자가 9개월째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500억달러에 육박했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12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6억3천8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8% 감소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외환위기(IMF 사태), 금융위기 때도 증가했던 생산능력지수가 지난해 후퇴한 것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 2018년에 이어 벌써 두번째다. 생산능력이 후퇴한다는 것은 기업들의 신규 시설투자나 증설보다 공장폐쇄 및 생산시설 감축 규모가 더 크다는 의미로, 지금까지 성장·청년기를 달려온 대한민국 경제가 이제 노년으로 접어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단 한번도 증가 반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1.1%를 시작으로 11월 -0.8%에 이르기까지 계속 역주행을 반복했다. 11월까지 평균은 -0.6%. 생산능력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가 제조업으로 얼마나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생산능력 증가세가 무너진다는 것은 수출로 성장신화를 쓴 우리나라 경제가 이제 그 ‘동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의미다.

단발성 이슈라고 보기 어렵다. 2018년에도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생산능력이 후퇴했다. 당시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GM대우 철수가 있었다. 업계에선 상당한 충격이었지만, 특정 기업과 지역에 한정된 측면으로 읽힐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전세계가 위기에 봉착해도 항상 우리나라를 구해온 수출이 별다른 기업 이슈 없이 무너졌다.

전례가 없다. 코로나19 위기 여파라고 변명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성장세는 경제위기와 상관 없었다. 1970년대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집계된 이후 대한민국은 단 한번도 멈춘 적이 없다. 1972년 전년비 8.3%를 시작으로, IMF(1997년 4.9%, 1998년 4.9%) 때도, 금융위기(2008년 5.2%, 2009년 3.4%) 당시에도 우리나라의 생산능력은 성장했다.

성장을 멈추면 결국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세월이 시작되는 것이다. 일본은 20년 전에도, 지금 우리나라와 비슷한 생활수준을 영위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그동안 위기 때마다 수출이 구원투수역할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글로벌 교역환경이 악화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자유무역주의에 대한 전 세계적 합의를 바탕으로 그 동안 고도성장의 과실을 누려왔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자유무역주의가 보호무역주의로, 법치주의가 힘의 논리로, 다자주의가 일방주의로 전환되고 있어 한국에 불리한 교역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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