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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에 한숨 돌린 증권사들…근본 해결은 ‘글쎄’ [투자360]
“전매 제한 단축·실거주 의무 폐지·중도금 대출 가능에 계약 분위기 반전”
‘19일 만기’ 둔촌주공 PF ABCP 상환 ‘청신호’…중소 증권사 PF 유동성 위기에도 숨통
1월 17조·2월 10조 PF ABCP 만기 도래…HUG 15조 보증 공급으로 급한 불 진화 나서
“만기 짧은 CP 특성상 위험 시기만 이연…부동산 경기 냉각 심화에 부실 가능성 ↑”
지난달 5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견본주택에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의 일반분양 4768가구에 대한 정식 계약 시작과 동시에 정부가 쏟아낸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 증권업계가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둔촌주공 당첨자들의 잇단 계약 포기로 인한 만기 임박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 ABCP) 상환·차환(이미 발행한 채권을 다른 채권으로 상환하는 것) 실패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아졌단 평가가 나오면서다.

다만, 경기 침체와 고(高)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될 전망인 만큼 부동산 PF ABCP 리스크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못한 채 증권업계를 짓누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미계약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던 둔촌주공 정당계약 분위기가 급반전되면서 오는 19일 만기인 약 7200억원 규모의 둔촌주공 PF ABCP(KB증권·한국투자증권 주관) 상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PF 관련 ABCP 차환이 제때 되지 않으면 신용을 공여한 증권사가 이를 떠안아야 한다. 앞서 둔촌주공 PF 차환은 주관사를 바꾸는 등 난항을 겪다 만기 직전 발행에 성공했다. 재건축 사업 성공을 확신하며 단기 채권으로 기존 발행 금리(3.55~4.47%)보다 대폭 높인 12% 금리로 간신히 진행한 사업이었다.

국토부가 발표한 ‘2023년 업무계획’ 중 둔촌주공 정당계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부분은 ▷전매 제한 기간 8년에서 1년으로 단축 ▷2년 실거주 의무 폐지 ▷중도금 대출 보증 분양가 상한 기준(12억원) 폐지 등이다. 투자 가치 하락과 자금 부족에 계약 포기를 고민했던 청약 당첨자들에겐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인 것이다.

초기 계약률이 80% 이상이면 시공단은 계약금으로 7400억원을 확보해 PF ABCP를 안정적으로 상환할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미계약률을 40% 이내로 끊더라도 대출을 일부 차환하고 재연장하는 식으로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파격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정부의 규제 완화에 19일로 다가온 PF ABCP 만기란 급한 불은 충분히 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둔촌주공발(發) PF ABCP 위기가 해소될 실마리를 보이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얽힌 다른 부동산 PF의 유동성 위기에도 숨통이 트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마련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견본주택을 살펴보는 방문객들의 모습. [연합]

전날 국토부가 발표한 대책 중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PF ABCP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에 15조원 규모로 보증을 공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1분기 만기가 돌아온 천문학적 규모의 PF ABCP로 인한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지난 2일 발행분까지 포함한 1월 만기 PF ABCP의 규모는 약 17조1068억원(유동화사채 포함)에 이른다. 2~3월에도 각각 약 10조4095억원, 약 5조6364억원이 만기가 도래한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난을 겪었던 지난해 10~11월 PF ABCP 차환하면서 원래 3개월 안팎이던 만기가 1~2개월로 줄었고, 이 때문에 1월과 2월에 만기가 대거 몰린 것이다.

다만, 부동산 금융에 대한 신용대란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란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들은 PF 부실에 대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국내 증권회사의 사업 환경을 ‘비우호적’,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국내 23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는 9월 말 기준 24조3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37% 수준이다.

증권사들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한 중소 증권사 관계자는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부동산 PF ABCP 등에 대응할 유동성은 확보했고,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을 실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의 기본적 속성을 감안하면 만기 차환에 성공해도 위험 시기만 이연되고 근본적 문제 해결은 되지 않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부동산 경기 냉각이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상당한 잠재적 부담 요인”이라며 “부동산 금융의 취약 고리인 브리지론이 본 PF로 전환되거나 만기 연장에 실패하며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년보다 오해 더 높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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