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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올 연말 유통 결산키워드가 궁금하다면

지난 연말 한 증권사는 한 해를 돌아보며, ‘2022년 나의 실수’라는 32쪽짜리 반성문 리포트를 내놓아 화제가 됐다.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한 유명 애널리스트들이 시장에서 간과하거나 오판한 사안에 대해 업종별로 정리한 것이다. 미국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작다고 본 전망 등이 대표적인 실수였다. 이 반성문을 낸 이유는 “지나간 실수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이가 앞으로의 전망을 잘할 수는 없다”였다. 당시 증권가에서 이례적인 일이라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각종 변수가 생기기 시작하면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예언가가 아닌 다음에야 한 해 전망을 정확히 내놓기는 힘든 일이다.

2022년 유통가 결산 기사를 쓰면서 기자가 꼽은 키워드는 단연 ‘고물가’였다. 연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우리 밥상물가는 일년 내내 고공 행진을 했다. 소비침체, 극단적인 소비양극화 등도 유통가를 관통했다. 결산을 준비하면서 문득 지난해 초 기업들은 어떤 신년사 메시지를 내놓고 어떤 전략을 세웠는지 되돌아보니 연말 상황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연말에 이런 키워드가 나오리라고 예측이나 할 수 있었을까.

지난해 신년사에는 e-커머스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유통환경 속에 혁신과 도전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는 전통 있는 유통 대기업일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동시에 전설의 아이스하키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명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시도조차 하지 않은 샷은 100% 빗나간다”는 명언 말이다.

신년사와 연말 결산이 이처럼 딴판인 이유는 국내외 돌발 변수가 너무 많았던 탓이다. 전쟁과 같은 이슈를 예측하기도 힘들뿐더러 하반기를 강타한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도 돌발 악재에 가까웠다. 도전을 강조하던 유통가는 지난해 오히려 수익성을 챙기며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기업공개(IPO) 계획도 줄줄이 차질을 빚었다. 연초에 잡은 업무계획과 목표 대신 시장의 변화에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지혜가 더 필요한 순간이 많았다.

올해 신년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키워드는 ‘위기’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고(高)시대는 기업들에 위기로 다가왔다. 이에 대응하는 전략도 필수가 됐다. 회사별 전략도 제각각이다. 신동빈 회장은 “예측하기 힘든 영구적 위기의 시대,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자”고 했고, 정용진 부회장은 “기본과 본질에 충실할 때 위험과 위기는 도약을 위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재차 ‘기본’을 강조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우리만의 성장의 길을 찾아야 한다”며 ‘리프레이밍’을 통한 최적의 가치를 발굴할 것을 제시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도 올해 신년사에 숱하게 등장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더욱 유연하고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위기는 위기로 남는다. 올해 유통가 연말 결산 키워드는 기업이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달려 있을 듯하다. 현 상황에서 섣불리 예측한다면 100쪽짜리 반성문도 모자랄 것 같다. 한 가지 바람이라면 위기가 가득했던 신년사와는 전혀 다른, 2023년 결산 키워드를 꼽을 수 있으면 한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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