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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오른게 없는 고물가…‘닫힌 지갑’ 열기 총력전 [2022 유통가 결산]
러-우크라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물가 상승 탓
식품 중심 물가 급등으로 소비자 부담 ↑
알뜰족 잡는 물가잡기 마케팅에 마트업계 올인
백화점·편의점은 고물가 속에도 호실적 이어가
국내 소비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식품 물가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9일 올해 5∼7월 가구 내 식품 주구입자 33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73.4%는 식품물가에 대해 ‘비싸다’고 답했다. 절반은 내년에 식품 구매 비용이 더 증가할 것우로 전망했다. 1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콜라, 아이스크림, 커피믹스… .’ 올해의 끝인 이달 인상 소식을 전한 품목이다. 2022년은 시작부터 끝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장바구니 물가 인상 소식이 이어진 해였다.

연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촉발된 글로벌 물가 불안과 소비침체는 고금리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경기 체감온도를 얼어붙게 했다. 런치플레이션, 밀크플레이션 같은 각종 ‘○○플레이션’이 쏟아지고, 무지출 챌린지와 같은 트렌드까지 등장하면서 유통가는 ‘짠테크’를 겨냥한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인상, 또 인상…유통업계 “물가는 우리가 잡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1월 발표한 ‘2022년 소비시장 10대 이슈’ 중 첫 번째로는 ‘소비심리 악화’가 선정됐다. 이어 업태 간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30.7%), 고물가로 인한 출혈 압박(25.7%)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도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고물가까지 겹치며 유통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경쟁은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고물가에 닫힌 고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저마다 물가 지킴이를 자처했다. 이마트는 자사 브랜드(PL) 노브랜드와 피코크 상품 가격을 연말까지 동결했다. 롯데마트는 3월부터 ‘물가안정 TF’를, 홈플러스는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연중 가동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고물가를 겨냥한 ‘반값치킨’의 흥행에 오픈런까지 생기면서, 델리 코너가 매출 상승세를 이어갔다. 가성비의 대명사로 꼽히는 자체 브랜드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대규모 할인 행사인 이마트 ‘쓱세일’ 등에는 역대급 인파가 몰리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8월 20일 오전 ‘당당치킨’ 번호표 배부시간에 맞춰 고객이 줄을 서 있다. 25번까지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은 오전 11시에 다시 와서 치킨을 찾아간다. 오연주 기자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에 저렴한 한끼를 해결하기 위한 수요는 편의점을 중심으로도 크게 늘었다. 가까운 곳에서 딱 필요한 만큼만 장을 보는 이들을 겨냥해 편의점은 반찬, 간편식, 생필품 가격 경쟁력을 대폭 강화하기도 했다.

소비자물가는 11월,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5% 상승률을 보이면서 상승폭이 둔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11월 가공식품 물가는 통계청 집계로 전년 동기 대비 9.4%, 외식은 8.6% 오르는 등 가계 부담이 여전히 컸다. ▷식용유(43.4%) ▷밀가루(36.1%) ▷치즈(35.9%) ▷시리얼(29.1%) ▷빵(15.8%) ▷스낵 과자(14.5%)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가공식품 업계도 물가안정을 위해 인상요인을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음료수 가격 등 다음 달부터 인상이 예고된 품목도 많아, 내년에도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은 여전할 전망이다.

백화점·편의점, 인플레 ‘무풍지대’…내년엔 ‘글쎄’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중간이 없는 소비양극화가 뚜렷해지면서 유통업태별 희비도 엇갈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오프라인 업태별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감률은 10월 기준 백화점 8.0%, 편의점 11.2%를 기록한 반면 대형마트는 -0.5%였다.

수요가 비탄력적인 생필품의 가격이 인상되면 유통 채널 입장에서는 객단가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져 지갑을 닫는 수준까지 이르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장포족(장보기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마감세일 등 각종 할인만 노리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마트업계의 근심도 커졌다. 이커머스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비대면 소비 특수를 노리던 것도 끝나, 성장률이 이전만 못한 상황이다. 이에 이커머스업체들은 수익성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공개(IPO)도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컬리, 오아시스마켓 등은 상장작업을 계획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백화점업계가 겨울 정기 세일을 시작한 11월 18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겨울 의류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반면 리오프닝의 수혜를 고스란히 받으며 명품, 패션, 아웃도어 등이 고루 성장한 백화점은 피크아웃(정점) 우려를 불식시키며 3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각각 3213억원, 3518억원, 284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4%, 58%, 42% 증가했다. 오프라인 유통가는 MZ세대가 핵심 소비 주체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 콘텐츠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고르고 있는 모습. [CU 제공]

가격 저항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의점도 인플레이션 수혜주로 꼽힐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밥전문점에서 김밥과 라면 하나를 먹으면 1만원에 육박하는 요즘, 편의점 고급 도시락도 싸게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지난달 외식물가는 자장면이 11.4%로 가장 많이 급등했으며 ▷김밥(11.1%) ▷칼국수(11.0%) ▷떡볶이(11.0%) 등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다만 고금리 여파로 실질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지갑이 얇아지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올해 무풍지대로 남아있던 곳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지금 호실적에 환호를 자제하고 있으며, 전년 동기 대비 역신장 우려가 커진 내년 상황 대비에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의 내년 소비시장 전망 조사에서도 ▷온라인쇼핑(4.6%) ▷백화점(4.2%) ▷편의점(2.1%)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올해보다는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 대형마트(-0.8%)와 슈퍼마켓(-0.1%)은 고전할 것으로 관측됐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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