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는 왜 선진국에서 경제성장 이슈가 정치인뿐 아니라 대중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지에 대해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전후 베이비붐세대 및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확대,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한 세계화는 1980년부터 20년 동안 선진국의 국민소득을 연평균 2.25% 증가시켰다. 그러나 이후 소비자들은 생산성 향상이 쉽지 않은 서비스 부문 지출을 확대하면서 혁신속도는 느려졌으며, 교육평준화 및 사회고령화는 성장률을 1.1%로 떨어트렸다. 이런 와중에 미디어의 발달은 정치인들이 대중의 반응에 더 민감하게 만들어, 의료 및 연금지출 등 사회복지지출을 확대하도록 만들었고, 이를 통해 이해당사자들은 지대를 추구하게 돼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정책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어졌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정책의 인기를 논하기도 전에 한국은 중대한 전환점에 직면해 있다.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했으나 주요국에 비해 낮은 노동생산성(2019년 기준 미국의 57%)을 시현하고 있고, 단순노무직은 2019년 초에 비해 16%(55만명)나 증가했다. KDI는 2023년부터 5년간 장기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2%이나 2050년에는 0.5%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는 팬데믹 이후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다가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에 따른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해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서 수출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기획재정부는 내년 성장이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대내외 여건이 심각함을 인식한 전망으로 판단된다.

동시에 기재부는 ‘신(新)성장 4.0 전략’을 통해 성장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매우 엄중한 시기에 적절한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는 1970년대 오일 쇼크를 통해 공급 충격에 따른 경기침체는 유효 수요 확대보다는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제의 체질개선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위기극복은 단기적 경기부양보다는 성장동력을 회복시킬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특히 향후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을 통해 경제성장의 과실은 성장에 직접적 기여를 한 생산인구가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길이며, 한국 사회가 다시 성장 전략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성장 4.0 전략’은 기존 정책과 차별점이 명확하다. 먼저, 지원 육성 위주의 정책보다는 명확한 도전과제 부여를 통해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래형 모빌리티 구축, 독자적 우주탐사선 발사, 양자기술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막연한 정책보다는 AI인프라 구축, 차세대 물류 시스템 구축, 1차 산업의 스마트화, 스마트그리드 및 탄소중립도시 조성 등 국민의 일상생활에 확실히 영향을 미칠 과제 및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인구감소 및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내수 확대보다는 비교우위에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전략산업에서 민간 주도의 글로벌 신(新)시장 확대를 통한 성장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성장 전략이 장밋빛 미래를 무조건 보장하지는 않는다. ‘신성장 4.0 전략’에도 설명돼 있듯이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 인프라가 신속히 정비돼야 한다. 먼저 R&D(연구·개발) 규모 대비 낮은 성과를 극복하고 혁신의 확산을 유인하기 위해 임무 중심 R&D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두 번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 중심의 지경학적 공급망 변화에 대응해 한국의 독자적 글로벌 전략 및 다자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적재적소에 민간 투자 및 수요가 확대되도록 규제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될 때 ‘국민소득 5만달러, 초일류국가 도약’이란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남창우 KDI 선임연구위원 겸 기획재정부 부총리 자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