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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 대출금리에 대형로펌 변호사도 운다…‘영끌거지’를 아시나요 [어떻게 보십니까 2023-금리]
변동형 주담대 금리 5.15~7.72%까지 올라
6개월 변동 신용대출도 6.063~7.27%
고신용자 이미 7%대 신용대출…8%대 육박
주담대 차주 절반 가까이가 ‘이중채무자’
“단기성 금리 더 오를 것…내년까지 보합권” 전망
지난15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에 걸린 대출 금리 안내문.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 대형 로펌에 다니고 있는 변호사 A씨는 지난해 가능한 모든 대출을 끌어모아 11억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했다. 그중 은행 주택담보대출 4억원, 신용대출 2억원,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제공하는 신용대출 5000만원 등 부채만 총 9억5000만원에 달한다. 올해부턴 금리가 오르자 주담대 변동금리는 6%, 변협대출은 7%대까지 올랐다. 그는 적지 않은 월급에도 허덕이고 있다.

#. 직장인 B씨는 요즘 주변사람들로부터 “‘벼락거지’ 피하려다 ‘영끌거지’가 됐다”는 소리를 듣는다. 사기만 해도 1~2억이 오른다는 믿음을 가지고 도봉구에 집을 장만했지만, 6억원대 부채에 한 달에 내야 할 이자만 100만원대로 불어났다. 6개월 변동금리의 주담대는 지난해 2.4%였던 금리가 6개월 단위로 4.2%, 6.1%까지 올랐다.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고 싶었지만 거절 당했다.

지난해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고 주택을 구매한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족 사이에서 비명 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가 연초 대비 크게 오르면서 감당할 수 없는 ‘이자 폭탄’을 떠안아서다. 특히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빚투(빚내서 투자)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차주들 사이에선 집값 하락, 금리 상승을 맞은 이들을 두고 ‘영끌거지’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최근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며 가계대출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12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개점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임세준 기자
2% 내던 주담대가 6%대…‘비명’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15~7.72%로 집계됐다. 지난 11월 변동형 주담대는 하단금리가 4%대, 상단금리가 7%대 초반이었지만 주담대에 영향을 주는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4.34%로 역대 최고점을 찍으면서 변동형 주담대의 하단금리가 5%대, 상단금리가 7%대 후반부로 올랐다.

올해 초와 비교해선 상승폭이 더 크다. 지난 1월 3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5%대에 해당했다. 하지만 1년여만에 상단금리가 최대 3.2%p 올랐다. 작년까지만 해도 2%대 금리를 지급하던 영끌족이 최근 최소 6%대 이자 부담을 떠안게 된 배경이다.

신용대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날 기준 4대 시중은행의 6개월 변동 신용대출 금리밴드는 6.063~7.27%에 달한다. 3~5%대를 달리던 연초 대비 하단금리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고신용자도 7%대 금리를 지급해야 한다는 건 이미 옛말, 곧 8%대에 진입할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주담대 차주 절반이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쓴 ‘영끌거지’…“내년까지 힘들 것”

문제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자들 중 상당수가 신용대출을 동시에 차입한 ‘이중채무자’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윤창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계 대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1분기 기준 누적 주택담보대출자 전체 대비 신용대출을 동시차입한 차주 비중은 43.9%에 달했다. 절반에 가까운 주담대 차주들이 신용대출을 동시에 받아 ‘이중 빚더미’에 앉아있다는 뜻이다.

[연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선 ‘영끌거지’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벼락거지’가 지난해 부동산·주식·코인 등 자산시장이 크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이들을 일컫는다면, ‘영끌거지’는 내집마련을 위해 빚을 냈다가 집값 하락과 금리 인상에 허덕이는 차주들을 의미한다. 직장인 A씨는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모두 포함해 6억원의 빚이 있다”며 “주담대의 경우 3%대 고정금리 기한이 남아있지만 신용대출 금리가 7%대까지 올라 다달이 더 버거워진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전까지 기준금리가 3.75%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고 나면 단기성금리는 당분간 더 오르거나 최소한 보합권이 이어질 것”이라며 “6개월·1년 변동금리는 지금 이 수준에서 더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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