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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가한 딸 향한 애달픈 父情 달래”...정관스님의 ‘시그니처’ 표고버섯엿장조림 뒷얘기
열일곱에 수행길 택한 어린딸
고기반찬 못먹고 잠못이룰까 걱정
7~8년 후 집으로 가자던 부친
표고버섯엿장조림에 근심 내려놔
“음식 통해 행복 나눌 수 있어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내 한식당 수운의 ‘선한 테이블’에 마련된 정관스님의 음식. 주전부리(부각), 겨울 모듬전(배추전, 무전, 비트연근전, 미역전, 도토리묵전), 흑임자 깨죽으로 구성됐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공]

수많은 셰프에게 영감을 주고 있지만 정작 정관스님의 요리는 딱 정해진 레시피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날의 식재료를 보면 새로운 음식과 새로운 인연이 보이고, 거기에 집중한다.

“음식에 대해서 하나도 관례를 가지지 않습니다. 음식은 사람과 인연관계를 맺고서 슬픈 마음이나 힘든 마음까지 어우를 수 있습니다.”

같은 식재료라도 매번 요리법이 달라질 수 있으니 대표요리를 꼽기도 어렵지만, 정관스님은 딱 하나 꼽자면 늘 표고버섯엿장조림을 시그니처 메뉴로 말한다.

“저희 아버님의 한을 풀어줬던 음식입니다. 음식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죠. 음식을 먹을 때 누구나 다 마음을 느끼고 행복한 에너지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표고버섯엿장조림은 열일곱 나이에 출가한 딸이 고기반찬도 못 먹고, 잠도 잘 못 자고 고생하는 거 같아 애달파하던 아버지에게 정관스님이 대접했던 음식이다. 출가 후 7~8년이 지난 뒤 정관스님을 다시 만난 아버지는 집으로 같이 돌아가자고 성화하셨지만, 이 음식을 먹고 “고기보다 더 맛있다”고 하며 근심을 내려놓고, 절에 정관스님을 두고 떠났다. 가슴 속에 응어리처럼 남아있던 딸에 대한 걱정을 풀어드리자 아버지는 일주일 뒤 자는 듯이 돌아가셨다.

“음식에는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지금의 나를 보면 과거가 있고, 미래까지 이어집니다. 어릴 때 가족과 같이 먹던 음식을 어느 순간 내가 하고 있고, 또 노스님이 어린 저에게 가르쳐주셨던 음식을 하고 있죠. 음식이 나를 어떻게 만들어주고 잇는지 관계를 생각하고, 음식을 통해서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옛 기억을 살려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은 그래서 누구에게나 소중한 경험일 수밖에 없다.

음식을 통해 감정이 교류하기 때문에 정관스님은 “마음이 음식을 먹는다”고 표현한다. 식재료 하나하나에도 이야기가 있고,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서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정관스님은 “외국 사람도 강의를 통해 한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함께 공유해 먹으면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그래야 깊은 맛을 알고 다시 한국을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연주 기자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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