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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기준금리 격차 22년만에 최대폭 역전
연준, 금리 0.5%P인상 ‘빅스텝’
1.25%P차…2000년 이후 최대
韓, 물가대책 등 셈법 복잡해져
한은, 3.50%이상 인상가능성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시장의 예상과 부합하는 행보지만 이로써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22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지게 됐다.

문제는 점도표상 미국의 내년 정책금리 전망치가 5% 넘게 나왔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9월 전망치보다 0.50%포인트나 높아졌다. 미국이 점도표대로 기준금리 5% 시대를 열게 되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미 금리차가 벌어질수록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출되고, 원화가치가 떨어져 그나마 진정된 물가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이 또다시 한파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 상황에 따라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순 있겠지만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것 자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4면

▶한미 금리 차 1.25%포인트…22년 만에 최대폭 역전=연준의 빅스텝으로 한국(3.25%)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격차는 1.00∼1.25%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는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 금리보다 1.50%포인트 높았던 지난 2000년 10월 이후 최대폭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한미 금리가 역전된 1996년 6월∼2001년 3월 당시 금리 차가 최대 1.50%포인트까지 벌어진 시기가 6개월(2000년 5∼10월)간 이어졌는데 이후로는 이날 1.25%포인트가 최대 격차다.

연준이 이번 점도표에서 전망한 대로 내년 기준금리를 5.00~5.25%로 올리고, 한은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예상한 3.50%에서 금리인상을 멈출 경우 한미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0%나 그 이상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대다수 위원이 3.50%를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한 한미 금리 격차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평가절하(원/달러 환율 상승)가 발생하며 물가가 상승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와 관련해 이날 열린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로 긴축 강화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됐으나 향후 미국 등 주요국의 물가 상황에 따른 정책 기대 변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재차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 미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폭이 확대된 만큼 환율, 자본 유출입 등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시장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적시에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복잡해진 한은…내년 금리 3.50% 이상 가능성도=한미 금리 차가 최고 수준으로 벌어지면서 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최근 진정세를 보이는 국내 물가 상황, 내년 경기 둔화 우려와 연준의 매파적 행보 사이에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이날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지속적으로 내려간다고 위원회가 확신할 때까지는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못박았다.

한은이 내년 1월 베이비스텝을 단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향후 추가 인상에 나서면서 기준금리를 3.50%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금리 차를 줄이려고 0.25% 인상은 할 것”이라며 “결국 미국이 금리를 5%까지 인상한다고 보면 한국도 3.75%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비스텝 시 격차 1%로…“시장 영향 제한적”=한미 금리 차 확대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다음달 한은이 금리를 0.25% 인상해 격차가 1.00%로 줄어들면 시장에 미치는 위험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안 교수는 “지금은 금리 차가 일어난 배경 자체에 별로 위험 요인이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한 번 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뻔했는데 인플레이션도 수그러들었고 시장에서는 5%까지가 최대치 아니겠냐는 분위기”라며 “우리도 다음달 금통위에서 베이비스텝을 밟으면 금리 차가 1%포인트 안쪽으로 붙일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외국인 자금 유출이 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도 “우리나라도 내년 1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러면 한미 금리 차가 다시 1%포인트 이내로 좁혀진다”며 “추세가 금리인상폭이 줄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의 이번 빅스텝은 시장에서 예상된 부분이었던 만큼 환율이나 주식,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최우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반적 상황과 다른 것이 환율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절상 기조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 올라갈 수는 있어도 다시 과거와 같이 1400원을 넘어가는 절하 기조로 갈 것 같지는 않다”면서 “주식이나 채권의 경우도 보통이라면 금리 차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유입 기조였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변동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김현경·김광우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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