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2년 12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한국은행은 8일 물가상승률이 5%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며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방침을 밝혔다.

또한 단기자금시장 위축에 대응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연말까지 확대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2년 12월)'에서 "국내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소비자물가는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 증대 등으로 오름폭이 점차 낮아지겠지만 완만한 둔화 속도를 나타내면서 당분간 5%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봤다. 이에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고, 금융 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물가가 대외 여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 가운데 성장 경로에 불확실성도 상당한 만큼 향후 물가 전망 관련 리스크는 높다고 판단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은 글로벌 수요 둔화의 영향을 받겠으나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에 따라 공급 여건이 악화될 경우 반등할 수 있으며 원/달러 환율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긴축 속도 기대 변화 등에 따라 재차 급등하며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지만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경우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운용하는 것이 중‧장기 경제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경제 성장은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경제는 민간소비의 양호한 회복에 힘입어 잠재수준을 상회하는 성장세를 이어왔으나 최근 들어 수출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됐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경기가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러한 대외 수요의 위축은 우리 경제의 수출과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상승 영향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높은 가계부채 수준, 주택시장 부진 등이 경기 하방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최근 단기자금 및 신용채권 시장의 유동성이 악화된 점에 주목하며 RP 매입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확대 실시할 방침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10월 발표한 6조원보다 규모를 늘리고 만기도 14일에서 1개월로 늘려 연말을 넘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매입은 오는 12일부터 두세 차례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