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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예산 ‘항목별 감액’땐 정부 속수무책...위기의 내년 나라살림
정부 동의권, 증액에만 한정
6조 칼질시 시작부터 식물전락

여야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내년 본예산이 위기를 맞고 있다. 과반 의석을 점유한 더불어민주당이 의지만 가지면 예산안을 제한 없이 감액할 수 있다. 정부 동의권은 증액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감액 통과는 내년 한해를 관통한다. 예산안이 통과하지 못해 나타나는 일시적 상황인 준예산 사태와는 결이 다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감액 규모는 6조원. 지난해 해양수산부 총 예산 규모와 맘먹는다. 중앙 부처 하나 규모의 사업을 국회서 없애는 것이다.

8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헌법 57조에 명시된 정부 예산 동의권은 증액에 한정된다. 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다만, 관습적으로 이뤄졌던 감액 후 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 총액에서 예산규모가 줄거나 같더라도, 각항별 증액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윤석열 정부 예산을 깎을 순 있지만 그만큼 민주당이 증액을 추진하는 예산을 기재부 동의 없이 늘릴 수는 없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감액 규모는 6조원 가량이다. 사실상 중앙 부처 하나를 없애는 수준으로 칼질할 수 있다. 해수부 내년 예산이 6조4171억원이다. 민주당은 소형원자로 기술 개발 예산, 공공분양주택, 예비비 등을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과 ‘시행령 통치 예산’으로 규정한 법무부·행안부 예산도 대상이다. 여야가 극한으로 대립하면 결국 예산안은 민주당 손에 달리는 셈이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증액 요구가 정치권에서 빗발칠 때는 동의권이 있다고 버텼지만, 감액하겠다 나서면 사실상 손을 쓸 방도가 없다. 윤석열 정부 첫 정책 시험대인 내년 예산안이 대거 칼질 당하면, 시작부터 식물정부로 전락할 수 있다.

이에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협의를 위해 ‘3+3’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여한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은 이미 지나갔다. 여야는 오는 9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으나, 합의 가능성은 미지수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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