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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업 경제피해 ‘눈덩이’에 청부 초강경 모드…노·정 갈등 장기화·격화 우려
[정부 추가업무개시명령 발동]
철강 출하 반토막·석유화학 수출물량은 5% 처리 그쳐
“차·조선·반도체 피해 확대…경제전반 위기 확산 우려”
노동계-정부 강대강 대결로 갈등 격화·장기화 불가피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정부가 8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철강·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은 화물연대 파업이 보름을 넘기면서 그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확대되면서 국가경제 전반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단행된 시멘트 운송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이후 시멘트 반출량이 늘어나는 등 효과를 보고 있는 점도 반영됐다.

하지만 노동계의 파업에 대해 대화나 협상을 통한 해결보다는 강경대응 방식을 취하면서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동시간제 개편을 비롯해 노란봉투법,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 주요 현안을 두고 노동계와 정부가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깊어져 향후 이들 현안의 원만한 해결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번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 “화물 운송 거부로 공장은 재고가 쌓여 더 이상 가동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수출을 하려 해도 항만으로 실어나를 물류가 막혔다”며 “특히 철강, 석유화학 제품의 출하 차질은 곧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핵심 전방산업으로 확대되어 우리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이날 업무개시명령 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업무개시명령으로 시멘트에 이어 철강·석유화학 분야까지 명령 대상이 되는 화물차주는 1만명 안팎이 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시멘트에 이어 철강·석유화학 분야까지 업무개시명령이라는 강경 대응에 나서는 데는 산업계 전반에 걸쳐 경제적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무회의 직후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철강재 출하량은 평시 대비 약 48%에 불과한 수준으로, 대부분의 육송 출하가 중단되며 약 1조3154억원의 출하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 기업들은 2주 정도 파업을 감내할 여력을 갖고 있었으나, 운송 거부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업체에선 이번 주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철강협회는 지난 5일 기준 5대 철강사(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의 출하 차질 규모를 92만t으로 추산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2000억원으로, 일주일새 피해 규모가 약 5000억원 가량 늘었다. 최근 국토부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집단운송거부로 제품 출하 지연이 계속되면서 피해가 협력업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운송 문제가 계속되면 생산 차질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15일째 이어지면서 석유화학 업체들도 운송 차질로 인해 생산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추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석유화학제품도 평시 대비 겨우 20% 수준으로 출하됨에 따라 출하차질이 약 1조2833억원에 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수출 물량 출하가 재개됐지만, 평시의 5% 수준만 출하되고 있다. 내수 물량 출하량은 평시의 65% 수준이다.

특히 업계는 일별로 반드시 입·출하해야 하는 필수 제품 운송에 차질이 생기거나 사태 장기화로 공장·야적 공간 내 적재 공간이 부족해지면 최악의 경우 공장 가동 중단(셧다운)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공장 재가동까지 최소 15일 소요되고 하루 평균 1238억원에 이르는 매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이 업무개시명령 외에도 유가보조금 지급 정지,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제외, 운송 방해자에 대한 화물운송 자격 취소 등으로 점차 강경해지자 화물연대도 강대강 대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고, 정부는 수용 불가 입장이어서 양측의 의견 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

안전운임제는 지난 2020년 화물차 기사에게 최소한 적정 운송료를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며 3년 한시로 도입한 제도다. 현재 국회에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화물차주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안전운임제의 일몰기한을 없애고 항시 운영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부산을 찾아 부두 운영사·운송업체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화물연대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정부가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는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불법과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 입장을 재천명했다.

이같은 정부의 강경 대응에 화물연대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화물연는 지난 5일 소속 조합원 1명의 명의로 서울행정법원에 원 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 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화물연대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행된 책임은 화물연대의 6월 파업 이후 지난 5개월 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면서 “산업 생태계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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